홍콩의 코로나19 백신접종 완료율은 5월30일 현재 13.4%다. 얼핏 양호해 보이지만 1차 접종자 18.1%, 2차 접종자 13.4% 수준으로 맞는 사람만 맞는 상황이다. 4월만 해도 하루 4만6000명대를 유지하던 일일 접종 횟수가 이제는 2만5000회 정도로 떨어졌다.
중국산 백신인 시노백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 탓만은 아니다. 현재 홍콩은 시노백과 화이자 중 시민들이 맞고 싶은 백신을 골라서 접종할 수 있다. 게다가 홍콩 인구 750만명 전원이 2차 접종까지 받을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화이자의 경우 326만 회 분량이 배송까지 완료된 상태다. 그런데도 3월부터 지금까지 백신접종 횟수는 123만 회에 불과하다. 많은 홍콩 시민들이 접종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홍콩 시위에 적극 참여했던 내 지인들은 전원 백신 미접종 상태다. 홍콩 민주화 시위 때 정부의 폭압, 그리고 국가보안법이 만들어진 이후 매일같이 벌어지는 정치적 보복을 보고 겪은 그들은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을 만큼 정부를 불신하고 증오한다. 3월에 들여온 화이자 백신 100만 회 분량은 오는 8월이면 유통기한 만료로 폐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폐기 물량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가장 불안한 곳은 2019년 시위와 코로나19로 인해 궤멸 직전인 여행업계다. 백신 접종률이 70%는 되어야 중국 본토에서 관광객이 몰려올 수 있을 테니 자기 직원들이라도 맞히기 위해 백신접종 시 2000홍콩달러(약 28만원)를 주겠다는 곳까지 등장했다. 이에 질세라 2차 접종까지 마치면 2000홍콩달러를 추가로 얹어주겠다는 호텔도 등장했다. 한 개발업체는 백신 접종자 중 한 명을 추첨해 1080만 홍콩달러(약 15억원)짜리 아파트를 주겠다고 요란하게 홍보 중이다. 문제는 그래도 사람들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친중 언론과 홍콩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보다는 백신에 대해 부정적인 정보를 유포하는 몇몇 언론과 SNS 길들이기에 더 관심이 많다. 이런 가운데 표적이 된 곳이 대표적인 반중 언론 〈빈과일보〉다. 진작부터 광고 제공 기업에 대해 압력이 가해진다거나 중국계 편의점에는 진열되지 못했는데, 이런 압박이 최근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언론사 사주이자 자금줄인 지미 라이의 자산이 동결되면서 〈빈과일보〉는 심각한 자금난까지 겪고 있다. 〈빈과일보〉가 마주한 수많은 혐의 중에는 방역 방해 혐의도 있다. 백신 부작용 등에 대한 보도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최근 타이완판의 발행이 중단됐고, 본진 격인 홍콩판도 6~8개월의 운용비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가짜뉴스 받아들이는 홍콩 시민
홍콩의 코로나19 방역은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정부는 코로나 와중에 반대파 사냥에만 골몰하고, 시민들은 백신 거부를 일종의 시민불복종 운동으로 여기고 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 유통도 심각한 편이다. 한국에서야 일부 유튜버들의 일탈이라며 무시하고 넘어가지만, 홍콩에서는 비슷한 가짜 정보를 더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이를테면 코로나19 유행과 백신접종이 인구를 통제하기 위한 누군가의 음모라는 것이다. 2019년 이전만 해도 이런 음모론에 대해 ‘홍콩 행정부가 그럴 리 없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러고도 남지’ 하며 받아들이는 현실이다. 이를 거짓 정보를 유통한 사람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굳이 ‘무신불립(신뢰를 얻지 못하면 바로 설 수 없다)’이라는 네 글자를 떠올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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