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이 슬금슬금 다시 올라오고 있다. 로큰롤이 태어난 해는 (평론가마다 의견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1950년대 초중반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사람으로 따지면 로큰롤은 올해 거의 70세에 다다른 노인인 셈이다. 그 누구도 록이 컴백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다.
상황이 미묘하다. 뭔가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직까지는 모양새가 확실히 잡히지 않은 시점이라고 할까. 어쨌든 움직임만은 분명하다. 록을 들고 나온 뮤지션·밴드가 다수 있고, 이들은 모두 90년대~2000년대 초반생 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먼저 살짝 이름만 언급해본다. 걸 인 레드, 클로이 모리온도, 머신 건 켈리, 비바두비 그리고 무엇보다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백예린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백예린이 아니라 ‘더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다. 계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인디 록밴드 바이바이배드맨의 팬이 된 뒤에 멤버들과 친해졌고, 함께 오아시스의 다큐멘터리 〈슈퍼소닉〉을 보면서 ‘좀 더 자유롭게 음악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백예린은 바이바이배드맨의 두 멤버에 드러머 한 명을 영입해 4인조 밴드 더 발룬티어스를 결성한다.
얕잡아보면 큰일난다. 사운드는 예상보다 더 세고 거칠다. 첫 곡 ‘바이올렛(Violet)’부터 강렬한 록 기타와 드럼 연주가 폭발한다. 더 나아가 ‘렛미고!(Let Me Go!)’처럼 사방팔방 격렬하게 운동하는 곡도 여럿 있다. 뭐로 보나 1990년대 그런지·얼터너티브를 애정한 팬이라면 반길 확률이 높은 음악이다. 본격이라는 인상을 강화하기 위해서였을까. 더 발룬티어스는 전자악기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신시사이저는 어디까지나 공간감을 부여하는 정도에 머문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록’이라는 인상은 들지 않는다. 이 점이 중요하다. 요컨대, 이건 20세기 아닌 2020년대의 록이다. 구리다는 느낌 따위 전혀 없다. 이건 전적으로 백예린이 창조한 멜로디 라인 덕분이라고 봐야 한다. 즉 거칠게 분류하면, 선율은 모던하고 사운드는 레트로를 지향하는 음반이다. 아직도 백예린의 영어 가사 갖고 트집 잡는 경우가 있는데, 케이팝이 한글 가사로 해외에서 먹히는 건 반갑고 이건 불편하다면 자신의 이중 잣대부터 먼저 돌아보길 조심스럽게 권한다. 바야흐로 2021년임을 잊지 말자.
아브릴 라빈 풍의 올리비아 로드리고
한국에 백예린이 있다면 미국에는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있다. 애절한 발라드 ‘드라이버스 라이선스(Drivers License)’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뒤 ‘데자뷔(Déjà vu)’(8위)로 숨을 고르더니 신곡 ‘굿포유(Good 4 U)’로 다시 1위를 기록했다. 이 곡 역시 뿌리를 찾자면 1990년대다. 동시에 2000년대 초반 유행한 아브릴 라빈 풍 펑크 팝에 기초를 두고 있다. 실제로 많은 1990년대생 뮤지션이 큰 영향을 받은 존재로 그를 꼽는다. 1998년생인, 걸그룹 여자친구 멤버 엄지가 최애 올드팝 뮤지션으로 아브릴 라빈을 거론한 것과 같은 이치다. 1977년생인 나에게 올드팝이 1960~1970년대 음악인 것처럼 말이다.
뭐랄까. 나에게는 이 곡이 마치 ‘의도적으로 덜 정돈되게 소리를 잡은 아브릴 라빈’처럼 들렸다. 이쪽 음악을 선호하는 팬이라면 찾아서 들어보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보통 에이브릴 라빈으로 표기하는데 아브릴 라빈이 맞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캐나다 지역 출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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