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가 더 잘했을까, 박근혜 정부가 더 잘했을까? 이는 마징가제트와 태권브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하는 질문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동의하는 정답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재인 정부가 잘한 정책 10개를 나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못한 정책 10개를 나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만약 문재인 정부를 칭찬하고 싶으면 잘한 정책 10개를 선택적으로 고르면 된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결국 내가 가중치를 두는 부문을 잘한 정부가 나에게 좋은 정부다. 그런데 사람마다 평가 기준이 다르고 가중치를 두는 부문이 각기 다르다. 그래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를 잘한 정부는 좋은 정부이고, 내가 관심 있는 부분을 소홀히 한 정부는 나쁜 정부가 된다. 이런 식으로 각각 자기의 주관적 가치관에 따라서만 평가하면 그냥 공허한 논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혹시 각 정부의 정책을 객관적 수치로 정량 평가를 할 방법이 없을까? 일단 예산 수치의 변화를 비교해보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에 출범했다. 2017년 중앙정부 본예산 총지출 규모는 400조원이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21년 본예산 총지출 규모는 558조원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400조원 규모 본예산을 편성한 나라를 물려받아서 4년 동안 약 158조원을 늘렸다. 그런데 이 158조원을 도대체 어디에 늘렸을까? 박근혜 정부보다 추가로 지출한 158조원을 어떤 분야에 지출했는지를 알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정량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가 4년간 늘린 총지출 액수는 예비비를 제외하면 약 152조원이다(아래 〈그림 1〉 참조). 152조원 가운데 66조원은 사회복지 분야 증대에 투입되었다. 즉 4년간 늘린 금액의 43%는 사회복지 분야에 귀속된다. 증대 금액 중 43%를 사회복지에 지출했으면 많이 늘린 것일까, 적게 늘린 것일까?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보자.

박근혜 정부 4년 동안에는 59조원이 늘어났다(예비비 제외). 이 중 사회복지 분야에 추가 증대한 금액이 30조원이 넘는다. 증대 금액의 절반 이상(51%)은 사회복지 분야 지출을 늘리는 데 사용했다. 증대된 예산지출 비중만 보면 박근혜 정부가 문재인 정부보다 사회복지에 더 크게 투자했다.

문재인 정부는 추가된 152조원 중 43%로 사회복지 분야 예산을 늘리고 14%는 일반·지방행정 분야를 증대했다. 박근혜 정부는 추가된 59조원 가운데 51%를 사회복지 분야에, 13%를 교육 분야 지출에 썼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복지와 행정 분야에 신경 썼고 박근혜 정부는 사회복지와 교육 분야 지출을 늘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회복지 분야만 보면 박근혜 정부가 문재인 정부보다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자 노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통계만으로 두 정부가 어떤 부문에 대한 지출을 선호했는지 단정하긴 힘들다. 지출 증대엔 법적 의무로 인해 불가피하게(혹은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부분과 함께 해당 정부의 재량(의지)에 따라 확대된 지출도 있다. 예컨대 사회복지와 교육은 법적 의무지출이 많은 분야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에서 증대된 사회복지 분야 지출 가운데에서 공적연금 부문 증가액의 비중이 20%에 이른다. 정책적 의지보다는 인구구조 변화(노령층 증가)와 법제도 성숙에 따라 공적연금 부문의 지출이 자동적으로 증대되었다고 해석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육 분야 지출 증대도 내국세의 일정 부분(약 20%)이 자동으로 교육청에 교부되는(교육재정교부금) 법적 의무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사회복지 분야 귀속 비중이 큰 이유를 단순히 법적 의무지출에 따른 증대로 해석할 수는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적연금 부문 외에도 노인·보훈·아동·보육 부문 등의 지출이 많이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노동 부문, 주택 부문 지출이 증대된 것과 대조된다.

현 정부가 토건 예산 줄였을 것 같지만

또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지출은 박근혜 정부 4년간 오히려 절대 금액이 줄어들었다. 이명박 정부가 편성한 2013년도 SOC 분야 지출액은 24조원이었다. 그런데 4년 동안 점차 줄어서, 박근혜 정부가 마지막으로 편성한 2017년도 SOC 분야 지출액은 22조원에 불과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사회복지 분야 지출이 늘어난 것은 예산 제약 아래서 SOC 분야 지출은 줄이고 복지 분야 지출을 증대시키는 예산 배분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는 의미다.

ⓒ연합뉴스2009년 12월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0년도 SOC.지역경제분야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모두말을 하고 있다.

우리의 ‘느낌적 느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소위 ‘초이노믹스’를 통해 SOC 지출을 많이 늘리고, 문재인 정부는 토건예산으로 불리는 SOC 지출을 줄였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예산 수치는 다르다. SOC 지출은 박근혜 정부의 22조원(마지막 해)에서 문재인 정부 4년 차(2021년)에는 27조원으로 증가했다. 물론 이는 이전 정부 SOC 지출의 기저효과에 영향을 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가 SOC 지출을 워낙 크게 늘렸던 바람에 박근혜 정부에서 절대액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문재인 정부에서 늘어난 측면도 있다.

분야별 귀속 액수뿐 아니라 각 분야별 증감률을 같이 살펴볼 필요도 있다.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총지출 추세를 보면, 연평균 8.4% 증가했다. 이는 8.4%보다 덜 증가한 분야는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4년간 총지출이 연평균 4.1% 증가했다. 어느 분야에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했는지 판단해보자.

다만 문재인 정부는 총지출 증감률이 박근혜 정부보다 두 배 이상이라서 거의 모든 분야 증감률이 박근혜 정부보다 높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각 정부가 예산 제약 아래에서 어느 분야에 돈을 더 투입했는지에 대해서다. 이를 비교하기 쉽게 하고자 총지출 증감률을 0%로 표준화해서 대조해봤다(아래 〈그림 2〉 참조).

파란색 그래프(문재인 정부)가 빨간색 그래프(박근혜 정부)보다 월등히 위에 있는 분야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 그리고 환경 분야다. 그리고 빨간색 그래프가 파란색보다 위에 위치한 분야는 문화·관광, 공공질서·안전 등이다. 결론은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증감률 기준으로 경제와 환경 분야에 돈을 많이 쓰고 박근혜 정부는 문화관광과 공공질서, 안전 분야에 재원을 몰아준 정부다. 우리 상식과 일치할까? 이 의미를 좀 더 세부적으로 파악해보자.

문재인 정부가 산업·경제에 재원을 몰아서 쓴 것은 외부 영향 탓도 크다. 정권 초기에는 조선업 위기에 따라 관련 산업 융자지출액이 늘었고, 이후에는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중단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융자사업,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사업 등이 큰 폭으로 증대했다. 물론 외부효과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환경 분야 지출 증대 대부분도 전기차와 수소차 예산 증대다. 전기차·수소차 예산 증대는 환경적 측면도 있지만 산업 지원 측면도 중요하다. 환경 등 다른 분야의 예산 증대도 산업적 측면을 강조해서 증대하는 것을 보면 문재인 정부 재원 배분의 철학이 산업·경제 쪽에 집중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2013년 2월 국회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 ⓒ시사IN 이명익

박근혜 정부가 문화·관광 분야와 공공질서 및 안전 분야에 지출을 집중적으로 늘린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일단 평창 동계올림픽 같은 외부적 요인도 작용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서 관광 부문 지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이 부문 지출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보이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와 더불어 ‘문화융성’을 자주 말했고 실제로 ‘문화창조융합벨트’라는 사업으로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벤처단지 등을 건립하면서 많은 재원을 투자했다. 공공질서·안전 분야 지출액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분야 예산 증대의 이유도 있지만 경찰 부문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예산지출만으로 온전하게 설명될 수는 없다. 정부는 규제와 예산 지원이라는 채찍과 당근을 통해 정책을 펼쳐나가기 때문이다. 예산지출 분석을 통해 정부의 정책 방향을 분석하는 것에는 일정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산 제약하에서 어떤 분야의 지출을 상대적으로 더 늘렸는지 분석하는 것은 정부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에 따르면, 정치란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 어떤 분야에 얼마나 돈을 더 썼는지, 그리고 그 증감률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각 정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증감률 증대와 감소의 이유를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할 필요는 있다. 정부의 철학과 상관없이 발생한 외부적 요인에 따라 지출 금액이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더 잘했을까, 박근혜 정부가 더 잘했을까? 만약 당신이 경제·산업에 국가의 재원을 더 많이 배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문재인 정부를 높게 평가하는 것도 좋겠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R&D 쪽 지출이 급격히 늘었는데 이는 다음 정부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또한 당신이 문화융성에 더 많은 재원을 사용해야 한다고 여긴다면 박근혜 정부에 더 큰 점수를 줄 수 있다. 혹시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 지출 증대가 K문화 열풍에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다.

다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예산 증대가 반드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산업 지출 증대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정책 방향만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또는 이명박 정부의 SOC 증대 정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책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예산이 아니라 결산(성과 평가)의 영역이다. 

기자명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