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앞두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인테리어 관련 정보를 찾아본다. 내 또래 1인 가구와 마찬가지로 주어진 공간은 크지 않다. 요즘 많이들 참고한다는 앱을 열고 남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봤다. 멋지고 아늑한 사진이 펼쳐진다. 그런데 반복해서 스크롤을 내리니 화면 너머로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사진 속 멀끔하게 정돈된 풍경에는 사람의 흔적이 지워져 있었다. ‘살림의 흔적’은 더더욱 찾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멋있다고 감탄한 각종 ‘인테리어 자랑 샷’은 빛바랜 모더니즘처럼 허전하고 허무해졌다.

사람 냄새가 그리워 책장 구석에 잠들어 있던 이 책을 꺼내들었다. 2017년에 발간한, 무려 582쪽짜리 잡지다. 두툼한 종이 더미 속에 서울에 살고 있는 창작자 101명의 인터뷰가 실렸다. 주제는 ‘Living Space in Seoul 101’. 인터뷰 대상자들은 자신의 삶에 주거가 어떤 의미인지, 일상에서 주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덤덤하게 풀어놓는다.

대부분이 1·2인 가구다. 아파트보다 빌라에 사는 이들이 더 많다. 인터뷰와 함께 실린 사진에는 앱이나 인테리어 잡지 속에서 보던 것과 다른 풍경이 담겨 있다. 마구잡이로 꽂힌 책 더미, 마시다 남긴 양주병, 손때 묻은 가구와 변색된 쿠션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다. 겉보기에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나름 거주자 본인의 생활 규율이 작동한 배치다. 보기 좋고 깔끔한 인테리어 사진과 결정적인 차이가 여기서 나타난다. 공간에 사람이 묻어 있다.

잡지 편집부는 101명을 인터뷰한 뒤 이런 결론을 내렸다. “주거 공간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편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적이었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물건들로 공간을 채웠던 과거와 달리, 취향과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관점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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