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린’을 꺾었다. 브레이브걸스의 그 ‘롤린’을 말이다. 브레이브걸스가 누군가? 역주행의 금자탑을 쌓은, 몇 안 되는 위대한 예외다. ‘롤린’의 기세는 통제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커리어 사상 첫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에 오르더니 각종 예능과 광고를 섭렵했다. 역사는 ‘롤린’을 유튜브 알고리듬이 거둔 최대의 승리로 기록할 게 분명하다.
실제로 브레이브걸스는 ‘롤린’이 터지기 며칠 전에 해체를 논의했다고 한다. 이제 해볼 건 다 해봤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렇다. 브레이브걸스를 해체하지 않게 했고, ‘롤린’을 선물해줬으며 ‘꼬북좌(멤버 유정의 별명)’의 미소를 잃지 않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유튜브 알고리듬에 감사의 절을 해야 마땅하다. 글쎄, 내가 나이 먹어서일까. 브레이브걸스처럼 최선을 다해 일해온 자가 마침내는 보답받는 광경을 볼 때 눈물짓는 횟수가 늘었다. 비단 나만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
주인공을 논해야 할 차례다. 우리는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판단한다. 한국에서 가장 지분이 큰 스트리밍 차트 1위는 가요일 거라고 말이다. 이번만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이 곡 역시 ‘롤린’처럼 위대한 예외가 된다. 바로 저스틴 비버의 최신곡 ‘피치스(Peaches)’다.
저스틴 비버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지금도 저스틴 비버 하면 저절로 안티를 부르는 ‘악동’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완전히 틀렸다는 점이다. 우리의 저스틴 비버, 달라진 지 오래됐다.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야유도 받았던 저스틴 비버는 이제 없다. 똥 싼 바지 입고 다니며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저스틴 비버 역시 이제는 없다. 솔직히 악동이면 좀 어떤가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일단 이 글에서는 논외로 친다.
사람들은 여전히 저스틴 비버를 부정의 아이콘처럼 여긴다. 그 편견, 이제 거둘 때가 됐다. 2015년 발표한 〈퍼포즈(Purpose)〉와 2020년 음반 〈체인지(Changes)〉가 그 증거다. 둘 모두 음악적으로 높은 성취를 일궈냈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USA투데이〉의 이 평가에 동의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비버 음악 듣기를 꺼리지만 그래 봤자 자기 손해다.”
이 시기의 저스틴 비버는 데뷔 초보다 더 잘나갔다. 자기 곡은 물론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마저 예외 없이 다 히트했다. 안티의 아우성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2019년 9월 결혼 이후에 발표한 〈체인지〉는 ‘찐’사랑을 통한 깊이 있는 변화를 담아낸 음반으로 기억된다. “저스틴 비버가?” 싶겠지만, 정말이다. 확언할 순 없지만 저스틴 비버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이 글 읽고서야 안 사람도 많지 않을까 싶다.
현대적인 알앤비·팝 사운드의 정수
신보 〈저스티스(Justice)〉 역시 반응이 좋다. 아니, 좋은 정도가 아니라 폭발 중이다. 앨범 제목은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이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치유해야 한다는 주제를 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정의란 “아내와 종교 생활에 최선 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데 이런 주제의식을 떠나 〈저스티스〉에는 빼어난 곡이 가득하다. 혹 시간이 없다면 ‘Peaches’ 정도라도 꼭 감상해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현대적인 알앤비·팝 사운드의 정수를 담고 있는 곡이다. 아, 하나 더 있다. 이 곡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조지아주는 복숭아로 유명하고,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대마초가 합법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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