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가와 함께, 더 유쾌하게 해외 축구 즐기기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축구를 좋아한다. 어릴 때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축구선수를 꿈꾼 적도 있다. 시청·관람하는 주요 경기는 당연히 K리그다. 특별히 응원하는 팀은 국내에도 해외에도 없다. 축구만 재미있게 해주면 그걸로 충분하다. 몇 년 전 친구 둘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가서 경기를 봤다. 버킷 리스트를 마침내 현실화한 순간이었다. 함께 응원하고 경기를 보면서 토트넘 응원가를 마음껏 불렀다. 방법은 간단하다. 루이 암스트롱의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1938)’에서 ‘세인츠(Saints) 밥 말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레게’ 배순탁 (음악평론가) 밥 말리 전기 영화 〈밥 말리: 원 러브〉를 봤다. 글쎄.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별 감흥은 없었다.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렁에 빠질 뻔한 영화를 위대한 밥 말리의 음악이 겨우 건져내준 작품이라고. 나는 영화평론가가 아니다. 따라서 개인 감상에 불과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약은 약사에게, 영화는 김세윤 작가에게.밥 말리가 누군가. 레게 하면 영순위로 떠오르는 이름이다. 과연 그렇다. 장르의 대표를 넘어 장르 그 자체가 된 음악인은 그리 많지 않다. 이걸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된다. 자메이카 거리의 대중음악부터 전당의 고전음악까지, 존 배티스트의 심포니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거리의 악사였다. 명문 음대에 입학했음에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스트리트 밴드를 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탐사하기 시작했다. 이후 서서히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뉴올리언스에 끝내주는 밴드 하나가 있다는 소문이었다. 밴드의 리더 이름은 존 배티스트. 그는 이후 〈위 아(We Are)〉(2001)라는 음반으로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거머쥔다.뉴올리언스란 어떤 도시인가. 미국 대중음악의 근간이라 할 재즈의 고향이다. 저 유명한 루이 암스트롱을 필두로 수많은 재즈 뮤지션이 활동하면서 미국 대중음악의 초석을 닦았다. 역 ‘비주류’ 디스코는 어떻게 세계를 제패했나?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디스코라는 장르가 있다. 흑인들이 만든 장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가장 강력한 반대의 벽에 부딪힌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기어코 그 벽을 허물고 세계를 제패한 장르이기도 하다. 요약하면 팝 음악사를 통틀어 디스코만큼 드라마틱한 운명을 겪어야 했던 장르는 없다.태초에 블루스가 있었다. 미국 남부 흑인 노예들이 아프리카 선조들의 음악을, 목화 따면서 불렀던 게 블루스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1900년대부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병충해로 목화 산업이 타격을 입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미국 북부에서 군수산업의 노동 수요가 높아진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을 읽기 위한 키워드 네 가지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하나가 화제다. 제목은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원제도 같다. ‘더 그레이티스트 나이트 인 팝(The Greatest Night in Pop’)이다. 이 다큐멘터리가 다루는 내용은 1985년 발매된 자선 싱글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 제작기다. 이 기획이 누구로부터 비롯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는지 보여준다. 한데 내가 항상 강조하듯이 “공부하면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아니, 공부까지 갈 것도 없다. 밑에 쓴 디테일만 챙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해리 벨라폰테 & 드림팀, 국뽕, 연습용 피아노, 이 중 하나 정도는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최근 방송에서 소개한 노래 몇 곡을 골라봤다. 신곡 하나와 구곡 두 개, 장르로는 재즈와 최신 팝이다. 한 곡 정도는 당신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 / 짐 홀 (1975)대학 시절 결심했다. “록·메탈만 듣지 말고 재즈를 들어봐야지.” 이유는 모른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 곡은 그런 나에게 충격을 줬던 재즈 연주곡 중 하나다. 참여한 뮤지션부터 살벌하다. 기타의 거장 짐 홀을 중심으로 ‘테이크 파이브(Take Five)’라는 명곡을 작곡한 폴 데스몬드 여전히 꽤 핫한 LP의 역사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2023년 우리가 보통 ‘LP(Long Playing)’라고 부르는 바이닐(Vinyl) 판매량이 또다시 증가했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경우 2023년 상반기에만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올랐다. 영국 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11% 넘게 올랐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바이닐은 여전히 꽤 핫한 아이템이다.예전에도 간략히 설명했지만 좀 더 상세히 적어본다. 바이닐이 곧 LP가 아니다. 그 역도 성립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바이닐이 전체집합이고, LP는 그중에서 가장 큰 부분집합이다. LP를 처음 발명한 회사는 컬럼비아 레코드였다 2023년에 들은 최고의 다섯 곡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2023년이 마무리됐다. 이 세상에는 뭔가 뻔하고, 관습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하지 않으면 상쾌하지 못한 일들이 있다. 연말 결산이 그중 하나다. 어쩔 수 없다. 2023년을 수놓은 음악 중 몇 개를 골라봤다. 내 취향과 음악적인 평가를 모두 고려한 리스트임을 밝힌다. 국내로 한정했고, 이 지면을 통해 이미 소개한 뮤지션·밴드는 제외했다.Tik Tak Tok / 실리카겔(Feat. So!YoON!)‘틱 택 톡(Tik Tak Tok)’은 의심할 여지 없는 2023년 최고의 록 싱글이다. 인디에서 출발했지만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 비틀스가 엘비스 프레슬리 음악을 듣고 자란 까닭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방송을 통해 질문을 받았다. “1960년대 영국 뮤지션·밴드들이 1950년대 미국 음악의 영향을 그렇게 많이 받았느냐”라는 것이었다. 일례로 비틀스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비롯한 미국 로큰롤 스타의 음악과 함께 자랐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미국 음악의 자양분을 듬뿍 흡수한 그들은 1964년 ‘아이 원트 투 홀드 유어 핸드(I Want To Hold Your Hand)’라는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고, 이후 미국 음악계는 온통 영국 밴드 천지가 된다. 역사가 ‘브리티시 인베이전(The British Invasion·영국 침공) 딱 다섯 곡이지만 진심으로 환상적인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로열 앨버트 홀(The Royal Albert Hall)’이라는 공연장이 있다. 런던에 지어졌고, 원래 이름은 많이 달랐다. ‘더 센트럴 홀 오브 아츠 앤드 사이언시스(The Central Hall of Arts and Sciences)’였다. 1871년 빅토리아 여왕이 남편인 프린스 앨버트를 기리기 위해 재공사를 하면서 이름을 로열 앨버트 홀로 바꿨다고 전해진다.공연장이지만 가수만 무대에 오른 건 아니다. 사회 각 분야 인사들, 예를 들면 윈스턴 처칠이나 앨버트 아인슈타인 등이 이곳에서 연설했다. 영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복서였 “그게 그루브야” 펑크의 진수를 담은 밴드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듣는 순간 저절로 깨닫게 되는 앨범이 있다. 처음 두 곡 정도만 감상해도 ‘이건 라이브가 더 끝내주겠다’ 싶은 음악이 있다. 최근에도 이런 음반을 하나 만났다. 다소 낯선 이름의 밴드 코스믹 칩스(Cosmic Chips)의 〈그루브 서킷(Groove Circuit)〉(2023)이다.총 5인조다. 보컬 정엽을 주축으로 유니크노트(건반), 김동현(기타), 동현(드럼), 고대승(베이스). 그래, 맞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리더이자 ‘낫띵베러양반’으로 통하는 바로 그 정엽이다. 음반의 기조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과는 좀 다르다. 흑인음악인 “성장하는 자네의 드럼을 들으러 온다네”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꽤 오래 전에 드럼을 배웠다. 3년 정도,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훌륭한 선생 덕분이었을 것이다. 매주 실력이 조금씩 느는 게 느껴졌다. 내가 연주 가능했던 가장 어려운 곡은 뮤즈의 ‘타임 이즈 러닝 아웃(Time Is Running Out)’이었다. 물론 뮤즈 원곡에서 여러분이 들을 수 있는 드럼과 나의 연주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 겨우 흉내만 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당연한 얘기다.그래서였을까. 〈블루 자이언트〉 원작 만화를 봤을 때도, 얼마 전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도 계속 눈길이 간 건 주인공 다이가 유라의 음반을 2023년 최고작 중 하나로 꼽는 이유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재능을 차곡차곡 쌓으면서 확장하는 뮤지션이 있는가 하면 가끔씩 단 하나의 곡 또는 앨범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일궈내는 경우도 없지 않다. 뭐랄까, 한순간에 음악을 포함한 스스로를 재발명하는 예술가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최근에도 이런 뮤지션을 하나 만났다. 싱어송라이터 유라다. 그가 지난여름에 발표한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는 가히 2023년 최고작 중 하나다.기실 조짐이 엿보이기는 했다. 이미 유라는 재즈 밴드 만동과 함께 발표한 〈이런 분위기는 기회다〉를 통해 자신의 음악 지향이 재즈로 완전히 돌아섰음을 들려줬던 바 있다. 한 이효리, 이상순, 박재정이 추천한 그 노래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매년 배철수 DJ가 휴가로 자리를 비우면 스페셜 DJ를 초대해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꾸린다. 준비해야 할 게 곱절로 늘지만 이것은 나에게도 좋은 기회다. 스페셜 DJ들이 어떤 노래를 가져올지, 궁금한 까닭이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덕에 알게 되어 나 역시 사랑에 빠진 노래를 몇 곡 소개한다.Views(2020) / 노가 에레즈생전 처음 보는 가수였다. ‘노가 에레즈(Noga Erez)? 누구지?’ 싶어 자료를 찾아봤더니 이스라엘 출신 싱어송라이터라고 한다. 2017년 애플 광고에 음악이 쓰이면서 처음 명성을 얻었고 이후 지 사카모토 류이치의 광대한 음악적 영토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영화 〈마지막 황제〉(1988)를 30여 년 만에 다시 봤다. 놀랐다. 10대 시절 내가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 거의 대부분이 영어 대사로 이뤄졌다. 자금성 안에서 환관들이 영어를 하고, 황후들이 영어로 말한다. 마지막 황제 푸이도 영어를 한다.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말처럼 〈마지막 황제〉는 서양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였다. 따라서 영어는 성공을 위한 필수적 선택이었을 것이다. 나이 먹은 탓일까.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적응하기 어려웠다.그건 그렇다 치자. 작가 앤드루 오헤이 평범한 컨트리곡이 빌보드 1위인 까닭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모건 월런이라는 가수가 있다. 추측하건대 “누구?” 싶은 독자가 대다수일 것이다. 당연하다. 한국 스트리밍 차트에서 그의 존재감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미국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월런의 곡 ‘라스트 나이트(Last Night)’는 올해 빌보드 최대 히트곡이다. 무려 14주간 1위에 머물렀다. 심지어 이 곡은 Z세대 아이콘인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신곡 ‘뱀파이어(vampire)’마저 1위에서 끌어내리고 다시 1위에 올랐다.컨트리 뮤지션이다. 아마 조금은 눈치챘을 것이다. 컨트리는 한국에서 인기 없는 장르 중 하나다. 컨트리를 기반으 영화에서 게임까지 ‘마에스트로’ 모리코네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뻔한 구성의 다큐멘터리이겠지 싶었다. 예상대로였다. 뻔한 구성의 다큐멘터리였다. 본인과 동료들의 인터뷰에 자료 화면을 섞은 형식을 반복할 뿐이었다. 한데 30분 정도 지났을까. 이렇게 흘려 봐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 뒤로 다큐멘터리가 끝날 때까지 초집중 상태로 음악을 꼼꼼히 체크하면서 감상했다. 맞다. 그것은 음악의 힘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음악을 대하는 엔니오 모리코네, 그가 가진 태도의 힘이었다. 극한의 치열함으로 들끓는 단계를 넘어서면 거기에는 몰아의 경지가 서려 있을 거라고 믿는다. 과연 그랬다. 그는 자기 자신 광대한 풍광 떠오르는 ‘아이슬란드적’ 노래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번역가 황석희씨의 글을 봤다. 요지는 이랬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꼭 좀 봐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정말 잘 만든 좋은 영화라는 거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 관객의 영화 선택이 까다로워진 시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작품이야말로 관객으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대체 이런 영화가 흥행이 안 되면 어떤 영화가 흥행되어야 하느냐는 게 그가 던진 질문이었다.한마디 보태고 싶다. 나는 2000년대 이후 나온 모든 스파이더맨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다 보고 플레이한 사람이다. 그중 “만약 우승하면 밴드 다시 결성할 거야”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글을 쓰기 시작한 시간을 먼저 밝혀야 한다. 정확히 6월10일 오후 2시56분이었다. 이제 6월11일 오전 4시까지 몇 시간이 남아 있는지를 계산해본다. 약 13시간 남았다. 그렇다. 13시간 뒤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시작한다. 장소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맨체스터 시티와 인터 밀란이 단판 승부를 펼친다.맨체스터 시티라. 만약 당신이 축구와 음악을 모두 좋아한다면 저절로 한 밴드가 떠오를 것이다. 바로 맨체스터 출신으로 1990년대를 호령했던 오아시스(Oasis)다. 오아시스의 주축이었던 갤러거 형제의 맨체스터 시티 사랑은 유명 가게에서 듣는 순간 제목을 찾게 만든 노래들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일주일 전 금요일 새벽 1시께. ‘삘’이 왔다. 이거다 싶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노래 찾는 앱을 눌렀다. 참고로 나는 주로 ‘샤잠(Shazam)’을 애용하는데 내 라이브러리에는 이렇게 발견한 보물이 무진장이다. 한데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쩔쩔맸던 과거를 회상하곤 한다. 그때는 그랬다. 어떤 공간에서 음악이 울려 퍼지면 다 알고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 비슷한 게 있었다. 혹여 누군가 음악의 정체를 물어보는데 모르고 있을 경우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매일 등록되는 신곡만 최소 4만 개가 넘는 세상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