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제공=쇼노트)
조승우.(제공=쇼노트)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 입장하는 순간 ‘캐스팅이 어마어마한 사람의 공연이구나’를 체감할 수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뮤지컬 ‘헤드윅’의 조승우다.

뮤지컬 ‘헤드윅’(제작 쇼노트)는 지난 30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3번째 시즌으로 막을 올렸다. ‘헤드윅’은 2005년 4월 한국 초연 무대를 시작으로 국내 라이선스 뮤지컬 최장기 스테디셀러로 지난 열두 번의 시즌 동안 약 2,300회 공연, 누전 관객 수 63만 명을 동원했다.

13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헤드윅’에는 초연을 2005년 초연을 함께한 조승우, 오만석, 이영미를 필두로 이규형, 고은성, 렌, 김려원, 제이민, 유리아가 무대에 오른다.

5년 만에 ‘조드윅’(조승우+헤드윅)으로 귀환한 조승우는 2005년 초연부터 현재까지 여섯 번의 시즌을 함께하며 그야말로 ‘조드윅’의 신화를 이루고 있다. 주위에서 “뮤지컬 잘 안 보는데 조승우의 ‘헤드윅’은 보고 싶다”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조드윅’은 보고 싶다고 볼 수가 없다. ‘헤드윅’이 소극장에서 시작해 중극장을 지나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으로 왔지만 ‘내 자리가 없다고요’라고 곡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2021 뮤지컬 '헤드윅' 조승우 공연 사진.(제공=쇼노트)
2021 뮤지컬 '헤드윅' 조승우 공연 사진.(제공=쇼노트)

공연장을 들어서는 순간 ‘조드윅’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게 캐스팅 보드와 MD 판매 줄이 여느 공연과 다르게 굉장히 길었다. 한껏 설레는 마음으로 객석에 착석하면 잠시 후 카메라맨과 함께 관객 사이를 가로질러 무대로 입장하는 ‘조드윅’이 등장한다. 코로나19 시국 이전에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관객에게 장난을 치며 입장했지만, 이번에는 빨간 입술이 그려진 마스크를 쓴 채 무대에 오르고 신경질적으로 마스크를 던져버린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언니 왔다.”

폐차장의 공간으로 꾸며진 무대 위에 3면의 스크린에서 팝아트 같은 무대 이미지와 함께 종종 ‘조드윅’의 ‘얼빡샷’(얼굴을 가득 담은 화면)을 감상할 수 있다. 헤드윅이 무대에 있는 곳이 뉴욕이라는 설정으로 코로나19의 상황을 담은 농담도 이어졌다. “오늘 아시안 관광객이 단체로 와서 2주 자가격리를 마치고 왔다고 들었어요”라는 말과 함께 비말이 객석으로 튈까 봐 양봉 모자를 쓰는 모습, 관객이 흥분할라치면 함성 자제와 “건강 박수쳐!”라며 외치는 모습이 2021년에 올라온 뮤지컬 ‘헤드윅’을 실감케 했다.

2021 '헤드윅' 컨셉컷 조승우.(제공=쇼노트)
2021 '헤드윅' 컨셉컷 조승우.(제공=쇼노트)

‘헤드윅’은 ‘한 번 봤으니 다른 캐스팅은 안 봐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대사와 넘버가 나와야 하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만 그야말로 배우의 입담과 애드립을 어디까지 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공연 분위기와 시간이 달라진다. 러닝 타임도 2시간 15분이라고 적혀있었지만 이날은 2시간 45분을 끌고 간 ‘조드윅’이다.

이번 시즌의 볼거리는 ‘슈가 대디’ 장면에서 곰 젤리를 이야기하면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를 ‘곰 내려온다’로 바꾼 것 아닐까. 조승우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춤을 따라 춘 후 “날치리가 뭐야, 생선인가?”라는 애드립까지 더해 객석을 웃음 만발로 만든다. 이어 록, 팝, R&B, 판소리까지 하는 조승우를 보면서 ‘인간문화재 등록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2021 뮤지컬 '헤드윅' 조승우 공연 사진.(제공=쇼노트)
2021 뮤지컬 '헤드윅' 조승우 공연 사진.(제공=쇼노트)

2000년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조승우는 매년 무대, 드라마, 영화에서 골고루 활동을 하는 배우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베르테르’, ‘스위니토드’, ‘헤드윅’ 등 무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 중 ‘헤드윅’은 13번째 시즌 중 6번을 참여하며 ‘조드윅’의 역사를 매번 갱신하고 있다.

헤드윅의 남편 역인 ‘이츠학’으로 무대에 오른 유리아 또한 소름 돋는 가창력으로 헤드윅 못지않게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헤드윅이 건내 준 가발을 쓰고, 그가 되고 싶었던 드랙퀸의 모습으로 등장했을 땐 헤드윅, 이츠학, 그리고 관객이 모두가 한마음일 것이다.

뮤지컬 ‘헤드윅’이 코로나19 상황 속에 올라와서 더 흥겹게 무대를 즐기지 못한 것은 아쉬우나 이것 또한 ‘그땐 그랬지’라는 추억이 되지 않을까. 다음 시즌에 우리 헤드윅 언니들 돌아올 때는 마스크 없이 객석을 자유분방하게 떠도는 헤드윅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한편, 뮤지컬 ‘헤드윅’은  과거의 아픈 상처를 딛고 음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동독 출신의 트렌스젠더 가수 ‘헤드윅’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로 10월 3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저작권자 © 열린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