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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 삼성전자 시대 저문다"…강방천 섬뜩한 예측

최재원 기자
입력 : 
2021-06-05 06:01:04
수정 : 
2021-06-07 14: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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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스마트 모빌리티에서 위대한 혁신기업 나온다"
주말용 콘텐츠 '머니콕'은 매주 엄선한 투자 전문가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믿을 만한 재테크 정보를 전달합니다. 지난주부터 3주 동안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통하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의 '투자의 관점'을 시리즈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음주 주제는 암호화폐와 부동산에 대한 강방천의 관점입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놓치지 않고 읽으실 수 있습니다.
[머니콕-33] "앞으로 반도체 질서의 개편 과정에서 칩리스(ARM·시놉시스), 팹리스(퀄컴·엔비디아), 파운드리(TSMC) 이런 쪽으로 파워가 이전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20년 넘게 이어온 삼성전자의 시대가 저물 것이란 충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예측을 한 주인공이 워런 버핏, 피터 린치와 함께 '세계의 위대한 투자가 99인'에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기에 더욱 섬뜩하다.

매일경제가 한국 주식투자계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강 회장을 만나 좋은 주식을 고르는 비법,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미래, 앞으로 가장 유망한 주식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반도체 산업 투자와 관련해 "전쟁터에서 싸우는 멋진 전사가 되지 말고 전사에게 무기를 파는 대장장이가 되라"는 이른바 '대장장이 이론'을 소개하면서 주로 메모리반도체를 직접 개발해 생산하는 삼성전자보다 다양한 반도체를 위탁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전문기업인 TSMC가 유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회장은 이어 "앞으로 위대한 혁신기업은 자율주행 등 스마트 모빌리티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 선두 기업으로 손꼽히는 테슬라에 대해선 "최근 오너의 도덕성이 문제가 되긴 했으나, 자율주행에서 중요한 길을 가고 있다는 믿음에 변화는 없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고객이 떠날 수 없는 기업이 좋은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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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어떻게 좋은 주식을 찾을 것인가. A. 중요한 것은 시장 예측보다는 산업 예측이고, 산업 예측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별 기업 예측입니다. 마지막까지 성공하는 투자자가 되려면 산업보다는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인가란 관점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책에서도 주로 예측할 수 없는 산업이나 시장 예측보다는 좋은 기업에 대한 질서를 얘기했습니다.

첫 번째는 고객이 떠날 수 없는 기업의 주주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고객이 떠날 수 없는 기업의 맥락을 잘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한국전력도 고객이 떠날 수 없습니다. 한전에 전기세를 내는 사람이 한전을 안 쓸 방법이 없어요. 먼 훗날 수소 에너지가 작동원리가 된다면 수소통을 갖다놓고 연료전지를 갖다놓는다면 한전이 없이도 전기를 쓸 수 있겠죠. 다만 현재로서는 고객이 떠날 수 없는 회사로서 한전만큼 좋은 회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한전을 사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바로 기업이 고객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의 문제이죠. 가격을 통제할 수 있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들이밀어도 고객이 떠날 수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고객이 떠날 수 없어서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스스로 끊임없이 자신의 관점을 만들려면 의심해야 합니다. 어떤 기업을 샀다면 어떤 물건을 만들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고객이 쉽게 떠날수 있는지 없는지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쉽게 떠날 수 없다면 그 기업은 좋은 기업입니다.

두 번째로 어떤 기업이 없으면 불편한 기업, 샴푸·휴대폰·카카오톡처럼 없으면 불편한 기업이 좋은 기업입니다.

또 고객이 눈만 뜨면 늘어나는 기업도 좋은 기업이죠. 제가 책에서 현대모비스를 예로 들었습니다. 사실 현대차가 매년 1000만대를 판매한다면 가격이 변화하지 않으면 매출액은 동일합니다. 현대차가 매년 팔아놓은 1000만대의 누적 판매대수는 3년이 지나면 3000만대가 되고, 이를 상대로 현대모비스는 부품 장사를 합니다. 누적적 매출이 누적적이지 않은 매출보다 나은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좋은 기업을 따져보는 것이 시장이나 산업 예측보다 월등히 중요합니다. 어떤 기업의 주주가 됐다면 그 기업이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누구에게 팔지'라는 질문을 늘 하고 제가 제시한 11가지 관점에 녹여낸다면 아주 훌륭한, 불황과 관계없는 투자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시간이 없거나 스스로 해석이 어렵다면 좋은 펀드를 찾아서 투자하면 될 것입니다.



"반도체 산업, 삼성전자 시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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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 이유는. A. 제가 보기에 삼성전자는 참 좋은 기업입니다. 저도 두 번째 동업자가 삼성전자 우선주였습니다. 여전히 괜찮은 기업이라고 인정합니다. 다만 삼성전자를 우리 펀드에 넣지 않는 이유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 펀드는 액티브 펀드를 추구합니다. 미래 성장의 꿈을 담아내는 액티브 펀드 명가를 일구겠다는 것이 리치투게더 펀드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액티브 펀드는 패시브 펀드와는 달리 펀드매니저들의 능동적인 예측과 관점으로 좋은 기업을 담아서 패시브 펀드가 낼 수 없는 아웃퍼폼(초과)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죠.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비중이 25%를 차지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사는 순간 평균값, 종합주가지수를 사는 꼴이 됩니다. 종합주가지수는 2000개 기업의 평균입니다. 2000개 상장기업 가운데 더 좋은 기업이 훨씬 많을 텐데, 그런 관점에서 삼성전자는 걸맞지 않습니다.

액티브 펀드로서 삼성전자를 사는 것은 고객이 우리 회사에 돈을 맡긴 메시지, 에셋플러스 펀드에 수수료를 주면서 '시장 평균을 사지 말고 좋은 주식을 사서 더 많은 수익을 달라'는 서로 간의 위임계약이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액티브 펀드의 존재 이유와 맞지 않아서 2016년에 삼성전자와 결별했습니다.

두 번째로 반도체를 보는 저의 시각입니다. 반도체 수요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입니다. 다만 어떤 반도체가 커질 것이냐가 문제죠. 반도체는 과거부터 현재, 앞으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반도체의 제왕이라는 인텔의 시대가 지나갔습니다. 인텔의 시대에서도 반도체는 컸고, 인텔이 힘들었던 과거 4~5년 사이에도 반도체는 컸습니다. 반도체의 구조 변화입니다.

위대한 기업은 늘 존재하지만 바뀝니다. 반도체 산업은 늘 존재하지만 구도는 바뀝니다. 똑같습니다. 무엇이 인텔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을까요. 바로 PC와 노트북입니다. 그 세계에서는 인텔이 왕이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반도체에 필요한 질서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저전력이 있어야 합니다. 노트북은 본체 전력이 많이 소비돼도 냉각팬이 있으니까 상관이 없죠. 스마트폰으로 오면서 반도체에 필요한 요구조건이 바뀌었습니다. 저전력, 그리고 미세화입니다. 스마트폰의 시대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은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자동차 반도체가 미세화가 필요할까요. 앞으로의 세상은 무엇인가요. 데이터센터, 5G, 자율주행, 인공지능 이런 구도입니다. 수많은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반도체의 다양성, 다품종이 중요합니다. 삼성전자는 소품종입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죠.

앞으로의 반도체는 에이직(ASIC·주문형 반도체)입니다. 에이직 시대에서는 삼성전자의 역할보다는 다른 쪽의 반도체 회사들에 훨씬 더 많은 밸류가 주어진다고 봅니다. 4나노 반도체도 필요하지만 200나노, 40나노, 50나노, 70나노 등 수많은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미세공정이 중요한 4나노 반도체만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질서의 개편 과정에서 칩리스(ARM·시놉시스 등), 팹리스(퀄컴·엔비디아 등), 파운드리(TSMC) 이런 쪽으로 파워가 이전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거 인텔이 왜 리더를 빼앗겼고, 왜 앞으로 삼성전자가 리더를 차지하지 못할 것인가. 최근 자동차 반도체가 품귀라고 하지만 4나노의 품귀가 아닙니다. 50나노, 70나노, 100나노 반도체가 품귀인 것입니다.

흔히 대장장이 얘기를 합니다. 전쟁터에서 싸우는 멋진 전사가 되지 말고 전사에게 무기를 파는 대장장이가 되라는 것이죠. 반도체에 투자할 때 대장장이 이론이 적합합니다. 그 속에서 TSMC나 시놉시스 이런 기업들이 훨씬 더 자기 길을 잘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 모빌리티에서 위대한 혁신기업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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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빅테크 산업의 미래 전망은. A. 현재 상황은 거시와 미시의 충돌로 보입니다. 거시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미시적 관점에서는 개별 기업의 이익 관점에서는 여전히 좋은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카카오나 미국의 FAANG 같은 기업은 여전히 이익은 훼손되지 않고 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미국의 애플·아마존·구글 그런 기업들은 이익이 훼손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매크로 변수 측면에서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으로 되면 유동성은 환수될 것입니다. 거시적 측면에서 유동성이 흡수되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돈이 들어왔던 만큼은 떨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기업 이익이 늘면 장기적으로 보면 다시 플랫폼 기업을 사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익의 질 측면에서 지속성, 비변동성, 예측 가능성, 확장 가능성을 따졌을 때 '카카오처럼 좋은 기업이 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업을 늘 구상할 때 최고의 경쟁자는 카카오입니다. 내가 어떤 사업을 할 때 '혹시 카카오가 뛰어들면 어떻게 할까' 불안감이 있습니다. 그 의미는 카카오 주주가 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카카오는 저의 세 번째 동업자로서 우리 포트폴리오에서 최고이고, 가장 믿을 만한 회사인 것 같습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높긴 하지만 이익의 질이 보장된 PER라면 저는 투자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Q4. 해외 증시의 좋은 주식은. A. 2008년 이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벌어지는 혁신적인 기업들이 과거 수년 동안 1000조원 이상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들 기업의 가치는 여전히 견고하게 갈 것입니다.

다만 몇 개 기업은 싸움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OTT 산업에서 그렇습니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디스커버리를 인수한 AT&T가 그러하죠. 제가 FAANG 기업을 왜 좋아하냐면 승자독식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 모빌리티, 자율주행 쪽에서는 시가총액이 2000조원, 3000조원을 뛰어넘는 회사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자동차 산업이 굉장히 큽니다. 반도체 산업이 700조원이고, 삼성전자가 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200조원에 불과합니다. 2차전지 배터리 시장이 5년 후면 150조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현재 자동차 시장이 이미 3500조원 규모입니다. 그동안 하드웨어 장치였는데 앞으로는 하드웨어는 줄어들고 많은 부분이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부분에서 이니셔티브를 가진 기업이 혁신 기업으로 등장할 것입니다.

요즘 테슬라가 난리입니다. 저는 오너의 3대 조건을 통찰력, 추진력, 사업 욕심 세 가지로 구분해왔습니다. 그분(일론 머스크)이 통찰력도 있고 추진력도 있고 사업 욕심도 있는 것 같아요. (오너의 조건에) 최근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덕성이랄까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테슬라가 자율주행에서 중요한 길을 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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