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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전자 임원도 '8만전자'에 물렸다…58%가 '손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1월 9만원대를 넘긴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 하락하며 8만원대가 무너졌다. [뉴시스]

올해 1월 9만원대를 넘긴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 하락하며 8만원대가 무너졌다. [뉴시스]

최근 1년간 자사주를 산 삼성전자 임원 중 58%가 지난 27일 기준으로 ‘평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삼성전자 자사주 매수 임원 10명 중 4명은 주당 8만원대인 이른바 ‘8만 전자’에 샀다.

삼성전자 임원 916명 1년치 매매 분석 #임원 60명이 88건 사고, 42건 매도해 #“최고위층 빼고는 단순 재테크일 듯”

주식 투자에서만큼은 주당 8만~9만원대에 사서 손실을 보고 있는 ‘동학개미’(개인 투자자)의 처지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기업 임원의 자사주 매입을 주가 상승 신호로 여기는 증권시장의 통념과도 다른 결과다.

1년간 자사주 매매 임원은 전체의 6.6% 

29일 중앙일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 지난 1년간(2020년 8월 27일~2021년 8월 27일) 삼성전자 임원들의 주식 매매 현황을 분석했다. 이 기간 60명의 임원이 주식을 사고팔았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 전체 임원 916명(등기임원 11명, 비등기 905명) 대비 6.6%다. 신규 임원이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주식 현황을 공시한 것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450만 명이 넘는 삼성전자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1년간 삼성전자 주가에 울고 웃었다. 1년 전 5만원대 중반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올 1월 중순 9만68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이 쏟아지고, ‘반도체 고점론’까지 불거지며 9만원, 8만원선이 차례로 무너졌다. 최근엔 7만3000~7만5000원대에 거래된다. 시장에선 ‘6만 전자’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만 전자’ 매수 37건, ‘5만 전자’ 20건  

삼성전자 임원들은 이 기간 88차례 자사주를 매수했다. ‘8만 전자’에 매수한 건수는 37건으로 42%를 차지했다. ‘7만 전자’ 때 매입한 건수는 19건(21.6%)이다. 27일 기준 주가(7만4300원)보다 비쌀 때 산 건수는 총 51건(58%)이었다. 지난 1년간 자사주를 산 삼성전자 임원 중 절반 이상이 현재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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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5만 전자’에 매수한 것은 20건이다. ‘6만 전자’ 매수는 12건이었다. 이 회사 W상무의 경우 지난해 10월 말 두 차례에 걸쳐 5만~5만1000원대에 2000주를 매수한 후 올 4월 75400원에 1330주를, 7만2800원에 나머지 670주를 전량 매도했다. 평가 차익은 약 4600만원이다.

1년간 1만6000주 매수한 임원도  

지난 1년간 삼성전자 자사주를 가장 많이 산 임원은 오문옥 솔루션PE팀 상무다. 오 상무는 지난해 12월에만 9차례에 걸쳐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 1만1000주를 매입했다. 당시 보통주 기준 매입 가격은 7만2200원~7만3800원이다. 오 상무는 올해도 2월과 4월에 5000주를 추가 매수하면서 현재 1만6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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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 부회장은 지난 4월 1만 주를 주당 8만3800원에 매입했다. 김 부회장은 이를 포함해 삼성전자 주식 21만 주를 갖고 있다. 약 156억원어치다.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사장)과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사장)은 5월 초 8만1700원에 각각 5000주를 매수했다.

박찬훈 글로벌인프라 총괄 부사장은 올 2월 1만3000주를 주당 8만3800원에 매수했지만, 같은 날 9000주를 매각(8만3700원)하기도 했다. 김창한 상생협력센터 전무(4419주), 고재필 인사팀 상무(3700주), 김홍경 DS부문 경영지원실 부사장(3200주) 등도 상대적으로 매수량이 많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또한 1년 새 자사주를 매매한 임원 중 14명은 현재 1만 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김기남 부회장(21만 주)이 가장 많고, 다음은 장의영 생활가전사업부 전무(1만6000주), 오문옥 상무(1만6000주), 전승준 재경팀 전무(1만4200주), 박찬훈 부사장(1만3000주), 유병길 감사팀 상무(1만13000주) 등이다.

삼성전자 임원들의 자사주 매매 패턴도 큰 차이를 보였다. 대부분 임원은 자사주 거래 횟수가 연간 1~2차례였다. 거래가 잦은 경우도 매수·매도를 반복하기보단 주가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매수하는 경향을 보였다.

B상무의 경우 올해만 9차례에 걸쳐 우선주‧보통주 3500주를 매수했다. 1년 새 세 차례 이상 자사주를 사들인 임원은 8명이었다. 물론 저점에서 매수한 후 고점에 매도해 차익을 남긴 임원들도 있었다.

안규리 사외이사(서울대 의대 교수)는 1년 동안 13차례에 걸쳐 1300주를 사들였다. 그는 매달 100주씩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매수 가격은 5만5900원부터 8만3400원이며, 현재 3300주를 갖고 있다.

매도 42건, 대부분 7만원대에 팔아  

삼성전자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수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년간 24명의 임원이 42건을 매도했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해 12월 말 1만8000주를 주당 7만9000원에 장내 매도했다.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 역시 12월 말 1만3500주를 팔았다.

삼성전자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도한 시점은 대부분 연말이었다. 전체 매도 42건 중 31건(73.8%)이 12월에 몰렸다. 또한 연말 매도에 나선 임원 대부분은 자사주를 1만 주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3000주 이상 매도한 임원은 11명이다.

이는 보유 주식의 가치를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인 10억원 이하로 낮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상장사에서도 연말이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일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내부 정보 이용 의심 등 투자 쉽지 않아  

한편, 기업 임원들은 자사주를 매매할 때 큰 부담이 따른다고 말한다. 익명을 원한 삼성전자 임원은 “최고위층을 제외한 대부분 임원은 단순 재테크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매하는 것으로 안다”며 “내부 정보를 이용한다는 의심과 오해를 받기 쉽고, 증시에 자칫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자사주 투자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임원은 “자사주 매매가 의무 공시 사항인 데다, 괜한 구설에 오를 수 있어 차라리 다른 회사 주식에 투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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