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대담=김일순 세종본부장
학력격차 해소에 효과적인 방안
학업 지원도 병행… 문해교사 배치
전체 학급 수 3% 늘어나는 셈
여유교실·특별실 등 활용해 마련
‘전 학년·중학교 확대’ 정부지원을
대선캠프 후보들에 간절히 요청

▲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학급당 학생 수 20명’ 정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세종시교육청 제공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학급당 학생 수 20명 시대’의 닻을 올렸다. 정부의 교원 감축정책에 반기를 들며, 대한민국 교육 선진화의 이정표를 제시한 것. 최 교육감은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는 학생들이 선생님과 눈 맞추면서 공부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학교폭력을 줄이며, 이후 학년에서 학습격차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계 수장들이 ‘학급당 학생 수 20명 실현’의 어려움에 봉착했을때, 세종시교육청만의 ‘묘수’를 발휘해 실현 가능한 정책임을 대외에 알렸다. 정책의 연속성을 위한 숙제도 많다. 이제 ‘대한민국 교육 선진화’을 위한 공은 정치권과 각각의 대선 캠프에 넘겨졌다. 명품세종교육이 펼친 ‘학급당 학생 수 20명’의 정책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할 시기다. 최 교육감을 만나 학생 수 조정에 따른 교육 선진화 방안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2022학년도 1학년 학급당 학생 수 20명 배치 정책’의 추진 배경은.

“우리 교육계가 풀어야 할 숙제 중에 하나가 바로 기초학력, 학력격차의 문제다. 서울대학교 입학생 중 상당수가 서울 강남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것은 고등학교의 차이가 아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에 학력의 차이에서 시작된 것이다. 생애 공부의 첫단계에서 특별하게 관리를 받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초등 저학년에서 보이는 차이는 작을 수 있지만 3학년, 4학년,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극복할 수 없는 차이가 나타난다. 우리 교육청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다. 기초학력에서 뒤처지는 학생들을 따로 모아 추가로 공부시키는 방법이 있다. 다른 시도에서는 기초학력 미달자를 담당하는 교사를 따로 배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실 수업의 과정에서 기초학력 미달자를 만들어내지 않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소인수학급에서 보이는 교육적 효과, 특히 저학년단계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보인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의 긍정적 효과는 저학년일수록, 학습부진 학생일수록, 열악한 환경의 학생일수록 크게 나타나고 장기적인 효과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초등학교부터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일 수 있게 지원하되, 교사가 교수학급 방법을 바꾸고 개별학생에 대한 피드백을 늘인다면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다”라는 것이 많은 연구의 결과들이다. 아울러 소인수학급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어서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지금 1개 학년의 학급당 인원수를 20명 이하로 배치하는데 필요한 교사는 대부분 1명, 많으면 2명이다.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을 따로 모아 담당하는 교사를 배치하는 것보다 그 교사가 한 반을 담당하게 해서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이 기초학력미달을 막을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학력과 정서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초등학교 1개 학년부터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정책을 채택한 것이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배치의 의미는.

“예전에 교육부가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하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던 때가 있었다. 당연히 많은 반발이 있었고, 교육청 앞에 농촌지역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농성을 했다. 그때 머리가 하얀 노인께 “왜 작은 학교 통합을 반대하느냐. 큰 학교에 가면 시설도 좋은데 굳이 왜 시골학교를 고집하느냐”라고 물었다. 그 노인은 “지금 우리 손자가 있는 교실에는 학생이 열명이어서 선생님이 우리 손자를 보는 시간이 최소한 5분은 된다. 하지만 큰 학교에 가면 우리 손자는 선생님 눈에 보이질 않을 거다. 시설이 좋지 않아도 작은 학교가 좋다”라는 답변을 듣고, 시골 노인의 안목에 탄복했던 적이 있다.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는 우리 학생들이 선생님과 눈 맞추면서 공부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전체 학년을 모두 한꺼번에 학습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한 개 학년씩 늘려가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 교육청은 ‘학급당 학생수 20명’이 실현 가능한 정책이고 또, 효과가 매우 큰 정책이라는 점을 먼저 실행해서 보여주고자 한다.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배치된다고 해도 기초학력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다른 지원 계획은.

“우리 교육청은 교육다운 교육을 위해 초등 1학년부터 학급 밀도를 줄여나감과 동시에 이어지는 학년에 대한 기초학력 지원도 제대로 그리고 충분히 해 나갈 것이다. 먼저 공부의 기초가 되는 한글 해득과 초기 문해력 완성을 위해 전문 지도 교사를 1학년에 집중 배치할 것이다. 저학년(1·2학년) 대상 학교생활 적응과 학습 태도 형성을 돕는 기초학력교육자원봉사자를 희망교실에 모두 지원하겠다. 교과학습이 본격 시작하는 3학년에는 필요로 하는 모든 교실에 수학협력교사를 지원해 수해력 역시 탄탄히 해 나갈 것이다.”

-추가 학급 발생이 예상되는데 교실확보가 가능한가.

“한 학교에 1개 또는 2개 반이 새로 생긴다. 전체 초등학교 학급수의 3%가 늘어나는 셈이다. 학교에는 여유교실이 있는 경우, 올해 6학년 졸업학급보다 내년 1학년 신입생 학급이 적은 경우, 특별실을 바꿀 수 있는 경우 등을 고려해 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서 좀 어려운 학교가 두 학교 정도인데, 현재 학교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두 학교 정도는 학급 기준을 21명이나 22명 선으로 낮추는 수준이 될 수 있다.”

-교원정원이 축소된 것으로 아는데 교원확보가 가능한가.

“현재 계산으로는 내년 53개 학급 증설로, 53명의 교사가 필요하다. 학부모님들 걱정은 기간제교사로 채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우리 교육청의 방침은 학급담임은 모두 정규교사로 채운다는 것이다. 현재 수학협력교사로 활동하시는 선생님 중에서 정규직 선생님을 학급담임으로 전환하고, 교과전담교사를 담당하시는 정규직 선생님 중에서 나머지 필요인원을 채울 것이다. 아울러 교육부가 한시적 기간제 정원을 주고 있다. 이 정원을 활용해서 수학협력교사와 교과전담을 담당하게 할 것이다.”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인건비로 20억 정도 들어간다. 교실 재배치에 들어가는 비용, 새로 증설되는 학급의 정보화기기 비용 등을 5억으로 잡고 있다. 다른 시도교육청처럼 학력미달 학생을 담당하는 교사를 따로 채용하는 경우에도 학교당 1명이면 51명, 두명이면 102명을 배치해야 한다. 그것보다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비용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20명 배치로 구체적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인가.

“다양한 방법으로 즐겁게 배우고, 평가는 학생의 개별 성장을 도울 수 있다. 짝활동, 모둠 활동 등 학생이 활동하는 시간이 증가하여 학생이 중심이 되는 수업이 늘어나고, 학생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눈길과 손길을 미쳐야 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어 학생들이 어디에서 주춤해 나아가지 못하는지를 잘 관찰해 꼭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친밀한 관계 형성으로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 학생들 간의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긍정적인 교우관계가 형성돼 학교 생활의 만족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관계가 좋아지고 즐거운 배움을 통해 학생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친밀한 관계형성으로 긍정적인 감정의 형성으로 학생들이 삶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초등학교 1학년 배치 후 학급당 학생 수 20명 배치를 계속 확대할 계획인가.

“전체 초등학교 전학년에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면 정말 좋겠다. 나아가 중학교까지 확대하면 정말 좋겠다. 고등학교는 학점제가 되면 학급당 학생수라는 개념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중학교까지는 확대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 교육청만의 재정과 정원으로는 내년 초등 1학년, 마른 수건을 짜는 식으로 하면 후년에 초등 2학년까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해볼 수 있지만, 그 이후로는 불가능하다. 기초학력의 격차가 심화된다고 하는 3학년부터의 학급당 학생수 감축은 정부의 정책으로 받아주셔야 한다. 그래서 각 대선캠프의 후보들께서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의 공약을 내어주시고, 새로운 정부가 시작되면 교육부를 통해서 바로 집행해주실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전체 학년으로 확대 배치하려면 교실확보와 교원충원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전면 실시가 어렵다면 세종처럼 단계적 확대는 가능하다.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단계적 확대 실시’는 정부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실현 가능한 정책이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교육청은 내년 초 1학년, 후년 초 2학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학년으로 확대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 교육청만의 인력지원, 재정집행으로는 불가능하다. 다시 한번 각 대선캠프의 후보들께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를 간절하게 요청한다. 우리 아이들이 교사와 눈 마주치며 공부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

정리=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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