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책]타인의 얼굴에 나의 얼굴을 겹쳐보려는 마음 - 〈별것 아닌 선의〉

시사IN 편집국 입력 2021. 6. 5. 07: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별것 아닌 선의 이소영 지음, 어크로스 펴냄

“관계의 밀도가 영원히 동일하지 않다고 해서 기억들이 휘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명이 있는 모든 것에서 관계도 예외일 수 없는 걸까. 한때 각별히 다정했던 사람이지만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구나’ 짐작하는 순간이 온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그때의 나도 그때의 당신도 아니어서, 오늘 우리는 그저 다른 길을 걷는다. 그렇다고 해서 나눠 가진 기억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은 내가 지나온 한 시절을 추억하는 가장 보드라운 방법이다. 저자는 완벽한 실천 대신 부족하지만 서투르게 세상과 연대해온 자신의 일상을 기꺼이 꺼내 보인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이나 공동체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은 어떻게 확인하고 연결될 수 있을까. 타인의 얼굴에 나의 얼굴을 기꺼이 겹쳐보려는 마음, 그 온기가 ‘좋은 삶’의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한국 근현대 전력산업사, 1898~1961 오진석 지음, 푸른역사 펴냄

“설립 직후 한성전기 사장 이채연은 제일 먼저 서울시내 전차 부설에 착수했다.”

한국의 전력산업은 고종과 친미 개화파 관료의 주도로 시작되었다. 실업가 콜브란과 손잡고 설립한 최초의 전기회사 한성전기는 민간회사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황실기업이었으며 대한제국의 산업진흥정책을 상징하는 대표적 기업이었다. 1898년 한성전기가 설립된 때부터 1961년 전기 3사가 한국전력주식회사로 통합될 때까지의 한국 전력산업사를 다뤘다. 저자가 일본과 미국 등의 도서관과 박물관에서 발굴한 다양하고 희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기가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역사를 흥미롭게 전한다. 한국 전력산업사를 다룬 책이 드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으로 30년간 나오기 힘든 책이라고 어느 학자는 평가했다. ‘한국 근대 산업의 형성’ 시리즈 1권이다.

 

 

 

 

 

 

 

 

K를 생각한다 임명묵 지음, 사이드웨이 펴냄

“90년대생은 왜 그토록 투쟁적인 세대가 되었나.”

제목의 ‘K’는, K-방역, K-팝, K-드라마 등의 용어에 나오는 그 K다. 바로 대한민국. 한국인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어느덧 대한민국은 서구의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가 되어버렸다. 한국인들은 이런 성과에 대해 자랑스러우면서도 얼떨떨해하고 어떤 경우엔 한국에 대해 감탄하는 외국인들의 영상을 만들어 퍼나르며 자신을 확인한다. 저자는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90년대생’ ‘K-방역’ ‘민족주의와 다문화’ ‘386’ ‘입시 및 교육 시스템’ 등을 통해 이런 현상과 열풍의 근원을 파헤친다. 전 지구적인 세계화와 정보화의 급류 속에서 한국인들이 왜 ‘K’에 그토록 열광하는지 분석하며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현실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정의 중독 나카노 노부코 지음, 김현정 옮김, 시크릿하우스 펴냄

“자신의 집단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집단을 공격하는 행위를 정의라 생각한다.”

일본의 저명한 뇌과학자가 사람이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감정을 뇌과학의 관점으로 풀어냈다. 타인에게 ‘정의의 철퇴’를 가하면 뇌의 쾌락중추가 자극을 받아 쾌락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 쾌락에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며, 항상 벌할 대상을 찾아 헤매고 타인을 절대 용서하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상태를 ‘정의 중독’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태가 무서운 것은 누구나 정의 중독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공동체에 번지면 합리적 토론이 불가능한 사회가 되고 만다. 저자는 일단 ‘저 사람은 절대 용서 못해!’라는 감정이 생겼는지를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물론 우리 사회의 여러 단면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윤상원 평전 김상집 지음, 동녘 펴냄

“오늘 여러분들이 목격한 이 장면을 그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1980년 5월26일 초저녁, ‘최후의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이 전남도청에서 외신기자 10여 명을 모아 브리핑을 열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볼티모어 선〉 소속 브래들리 마틴은 나흘 뒤인 5월29일 1면에 머리기사를 실으며 다음과 같은 제목을 달았다. “항쟁자의 눈빛은 차분했다. 그러나 죽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14년 뒤인 1994년, 브래들리 마틴은 당시를 회고하며 이렇게 적었다. “나에게 강한 충격을 준 것은 바로 그의 눈이었다. 바로 코앞에 임박한 죽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부드러움과 상냥함을 잃지 않는 그의 눈길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당시 윤상원과 함께 ‘최후의 항전’을 했던 김상집 광주전남6월항쟁 이사장이 당시 상황을 생생히 복기했다.

 

 

 

 

 

 

 

 

1991, 봄 권경원 외 지음, 이강훈 그림, 너머북스 펴냄

“1991년의 모든 일은 1987년의 ‘호헌철폐 독재타도’만큼 절실했던 최전선의 싸움이었다.”

1987년 6월 항쟁은 누구나 기억하지만 1991년 5월 투쟁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해 봄을 붉게 물들인 수많은 젊은이들의 분노와 희생은 어떻게 지워지고 폄훼됐을까.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중심으로 1991년 5월의 일을 다룬 영화 〈1991, 봄〉을 만든 권경원 감독이 1991년 당시 자신을 던졌던 이들을 취재하고 기록했다. 1991년 봄은 우리 사회에서 잊힌 것 같은 기억이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임을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송광영, 문송면, 길옥화, 육우당 등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이후까지 사회적 죽음을 맞았으나 지금도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부른다. 정준희·송상교가 글을 보태고 이강훈 작가가 강경대, 김귀정에서 변희수와 김용균까지 21명을 그린 그림을 실었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