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초대석] 故 이선호 씨 아버지 “숨진 아들, 안전 무방비로 현장 투입”

입력 2021.05.15 (21:13) 수정 2021.05.1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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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대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평택항 사고, 3년 전 고 김용균 씨의 비극을 함께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노동 환경은 여전히 그때,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뼈아픈 신호로도 보입니다. 고 이선호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아버님도 평택항에서 8년 동안 근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드님은 사고 직전에 컨테이너 바닥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 중이었는데, 현장을 잘 아시는 입장에서 보시기에, 이 작업이 정상적인 업무에 포함되는 작업이었나요?

[답변]

FRC 컨테이너 날개가 이렇게 서 있지 않습니까? 날개를 고정해주는 아래 락핀이라는 게 있어서 이 락핀을 제거해버리면 날개가 접히게끔 되어 있습니다. 청소를 하기 전에는 락핀이, 안전핀이 걸려서 있는 상태에서 청소를 하는 게 당연한 거고요. (핀이 걸려있는 상태에서요?) 그렇죠. 락핀이 걸려 있으면, 어떤 물리력을 가해도 절대 넘어가지 않습니다. 락핀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청소를 하는 게 맞습니다마는 그날은 락핀을 제거를 해놓고 청소를 하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고정핀이 없었다고요?) 그렇죠.

[앵커]

작업 과정을 말씀해주셨는데, 짧게, 이선호 씨가 작업 중에 지게차가 반대쪽 받침대를 움직여서 부품이 쏟아진 건데, 말씀하신 대로 고정핀이 없었다는 것도 납득이 안 가고, 이게 정부 조사 결과 드러난 사실이죠. 작업계획서도 없었고, 원청업체 '동방'인데, 사실상 안전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답변]

그렇죠. 모든 사고의 원인은 안전이라는 것은 단 하나라도 갖춰 놓지 않은 그런 작업 환경에서 오히려 근로자가 무방비 상태로 현장에 투입이 됐던 거죠. 사전에 어떤 안전 교육이라든지 안전 장비라든지 아니면 그 현장을 책임지고 일이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있어야 될 안전관리요원이라든지 지게차가 들어오면 지게차를 보고 수신호를 할 신호수도 없었고요. 총체적으로 아무것도 없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제 아이도 그날 FRC 컨테이너라는 것을 처음 보게 된 거고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마는 제가 파트가 달라서 8년 동안 일을 해도 FRC 컨테이너 접는 데는 한 번도 제가 동원이 된 적이 없습니다.

[앵커]

동방 측이 지난 12일에 사과를 했습니다. 사고 20일 만이었고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사과 전에 작업 재개 요청을 했다고 하고, 유족과의 논의도 사과 전에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사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변]

모든 일에는 순서와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일단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하고 나서 그 다음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국민들에게 사죄하는게 맞는데요. 그런데 그날 낮에 느닷없이 우리 쪽에는 사과 방송 내 보낸다는 한마디의 말도 없이 그냥 먼저…

[앵커]

이런 사고를 예방하고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자고 만든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었는데 아직 시행 전입니다만, 내용이 좀 부족하다고 보이시는 것이 있을까요?

[답변]

사실은 이런 사고가 나면 고통은 피해자 가족들의 몫이었고요. 그 가해를 가한 사업주들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벌금에 집행유예로 나오더란 말입니다. 그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첫째 사업주부터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앵커]

마지막으로 여쭤보겠습니다. 추모제에서 하신 말씀이십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안전을 지켰으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이었다"고 당연한 말씀입니다만 하셨는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노동 현장에 이것부터 빨리 바꼈으면 좋겠다 하시는게 있으실 것 같습니다.

[답변]

딱 한 명 만요. 안전 관리자만 딱 한 명만 일이 처음에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면 이런 사고는 일어나려고 해도 일어날 수가 없는 사고였습니다. 그 안전 관리자, 하루에 아침부터 저녁에 마칠 때까지 10만 원만 주면 되거든요. 하루 일당. 역으로 생각해보면요. 사업주가 돈 10만 원 아끼려다가 전 제 아이를 잃은 것 밖에 더 되겠습니까.

[앵커]

평소 휴대전화에 아드님을 '삶의 희망'이라고 저장해놓았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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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5 21:13:08
    • 수정2021-05-15 22: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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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평택항 사고, 3년 전 고 김용균 씨의 비극을 함께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노동 환경은 여전히 그때,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뼈아픈 신호로도 보입니다. 고 이선호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아버님도 평택항에서 8년 동안 근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드님은 사고 직전에 컨테이너 바닥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 중이었는데, 현장을 잘 아시는 입장에서 보시기에, 이 작업이 정상적인 업무에 포함되는 작업이었나요?

[답변]

FRC 컨테이너 날개가 이렇게 서 있지 않습니까? 날개를 고정해주는 아래 락핀이라는 게 있어서 이 락핀을 제거해버리면 날개가 접히게끔 되어 있습니다. 청소를 하기 전에는 락핀이, 안전핀이 걸려서 있는 상태에서 청소를 하는 게 당연한 거고요. (핀이 걸려있는 상태에서요?) 그렇죠. 락핀이 걸려 있으면, 어떤 물리력을 가해도 절대 넘어가지 않습니다. 락핀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청소를 하는 게 맞습니다마는 그날은 락핀을 제거를 해놓고 청소를 하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고정핀이 없었다고요?) 그렇죠.

[앵커]

작업 과정을 말씀해주셨는데, 짧게, 이선호 씨가 작업 중에 지게차가 반대쪽 받침대를 움직여서 부품이 쏟아진 건데, 말씀하신 대로 고정핀이 없었다는 것도 납득이 안 가고, 이게 정부 조사 결과 드러난 사실이죠. 작업계획서도 없었고, 원청업체 '동방'인데, 사실상 안전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답변]

그렇죠. 모든 사고의 원인은 안전이라는 것은 단 하나라도 갖춰 놓지 않은 그런 작업 환경에서 오히려 근로자가 무방비 상태로 현장에 투입이 됐던 거죠. 사전에 어떤 안전 교육이라든지 안전 장비라든지 아니면 그 현장을 책임지고 일이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있어야 될 안전관리요원이라든지 지게차가 들어오면 지게차를 보고 수신호를 할 신호수도 없었고요. 총체적으로 아무것도 없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제 아이도 그날 FRC 컨테이너라는 것을 처음 보게 된 거고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마는 제가 파트가 달라서 8년 동안 일을 해도 FRC 컨테이너 접는 데는 한 번도 제가 동원이 된 적이 없습니다.

[앵커]

동방 측이 지난 12일에 사과를 했습니다. 사고 20일 만이었고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사과 전에 작업 재개 요청을 했다고 하고, 유족과의 논의도 사과 전에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사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변]

모든 일에는 순서와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일단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하고 나서 그 다음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국민들에게 사죄하는게 맞는데요. 그런데 그날 낮에 느닷없이 우리 쪽에는 사과 방송 내 보낸다는 한마디의 말도 없이 그냥 먼저…

[앵커]

이런 사고를 예방하고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자고 만든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었는데 아직 시행 전입니다만, 내용이 좀 부족하다고 보이시는 것이 있을까요?

[답변]

사실은 이런 사고가 나면 고통은 피해자 가족들의 몫이었고요. 그 가해를 가한 사업주들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벌금에 집행유예로 나오더란 말입니다. 그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첫째 사업주부터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앵커]

마지막으로 여쭤보겠습니다. 추모제에서 하신 말씀이십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안전을 지켰으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이었다"고 당연한 말씀입니다만 하셨는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노동 현장에 이것부터 빨리 바꼈으면 좋겠다 하시는게 있으실 것 같습니다.

[답변]

딱 한 명 만요. 안전 관리자만 딱 한 명만 일이 처음에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면 이런 사고는 일어나려고 해도 일어날 수가 없는 사고였습니다. 그 안전 관리자, 하루에 아침부터 저녁에 마칠 때까지 10만 원만 주면 되거든요. 하루 일당. 역으로 생각해보면요. 사업주가 돈 10만 원 아끼려다가 전 제 아이를 잃은 것 밖에 더 되겠습니까.

[앵커]

평소 휴대전화에 아드님을 '삶의 희망'이라고 저장해놓았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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