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

2021.07.09 03:00 입력 2021.07.09 03:02 수정

‘동물의 왕국’ 연작. 2016. 김윤해.

‘동물의 왕국’ 연작. 2016. 김윤해.

한 마리의 동물 앞에 서 있다. 하이에나인지 늑대인지 여우인지 알 수 없는 동물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김윤해는 길이 10㎝ 정도의 조악한 플라스틱 완구를 120㎝로 확장시켜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했다. 값싼 가격으로 쏟아지는 플라스틱 제품들, 그래서 정교하지도 않고 썩지도 않는 자본주의의 가장 적나라한 폭력 앞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제국주의 산물로 동물원이 만들어지고, 인간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게 만들었던 동물원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면서, 인간이 동물을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김윤해의 사진 모델이 되는 작은 플라스틱 상자 안에는 동물 한 세트가 들어 있다. 호랑이와 코끼리, 사자, 코뿔소, 기린, 심지어는 귀가 지나치게 커서 무슨 동물인지도 모를 것들이 빼곡하게 들어 있다. 실제로는 조합할 수 없는 가상현실이다. 또한 실제로 ‘동물의 왕국’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든 동물들의 생존이 있을 뿐이다.

김윤해의 사진에서 여우같이 생긴 동물은 목 부분의 연결부가 그대로 드러나고 눈에 칠한 빨간 염료가 거칠게 눈가로 번져 있다. 얼마나 싸고 빠르게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내려고 하는지 인간들의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아이들을 상대로 해서 만들어내는 어른들의 속임수.

김윤해의 사진은 그로테스크하고 웅장하고 심지어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작가는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것은 분명 우리가 가고자 하는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