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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May 30. 2018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들

패션필름은 아니지만, '패션'이 돋보이는 영화 6


영화는 다양한 요소들이 모인 '종합예술'이라고들 한다.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연기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두 가지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음악과 의상, 조명, 미술, 편집까지 다방면에서 조화를 이루어야만 한 편의 영화가 완성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관점도 각자 달라지기 마련이다. 누구는 연기를, 누구는 음악을, 누구는 편집기술을 본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것 바로 '의상'이다. 영화에는 당연히 옷이 필요하다. 이야기에 걸맞은 의상은 때로는 대사나 음악보다도 더 큰 스토리를 지닌다.


오늘은 의상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들을 의상과 함께 소개한다. 패션 필름이 아니지만, 의상으로 마음을 빼앗겼던 영화들이다.



Edited by Movie Saver.

#패션 #의상 #패션영화 #영화추천 #영화 #무비세이버 #moviesaver




1. 섹스 앤 더 시티 (Sex And The City, 2008)


패션 이야기를 하는데 이 언니들을 빼놓을 수 있을까!


다른 주제로 이 영화를 소개했었기에 뺄까 말까 수십 번 고민했지만, 패션을 이야기하는데 이 영화를 빼놓는 건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느낌이라 넣기로 했다!


섹스 앤 더 시티 1편과 2편에서는 (물론) 각기 다른 의상들로 깊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1편에서는 먼저, 캐리의 홈 패션쇼 장면!

캐리가 짐을 처분하기 위해 집에서 패션쇼를 열며, 친구들에게 평가받는 그 장면. 촌스러운 옷들로 가득 하지만 그녀들에게는 모두 추억이 담긴 옷이기에 하나하나 다 예뻐 보였다. (버릴 거면 나주 세요..)


그리고 캐리 브래드쇼가 매거진 매거진 인터뷰를 하며 입었던 다양한 드레스들, 프러포즈로 받은 마놀로 블라닉의 파아란 슈즈까지. 패션에 스토리가 담겨 있는 섹스 앤 더 시티는 그야말로 훌륭한 패션 영화가 아닌가.


섹스 앤 더 시티 1편에서 가장 기억 남는 의상은 마지막, 캐리가 결혼 서약을 하기 위해 입었던 화이트 투피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을 것 같은 그녀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혼인을 맺을 때에는 어디선가 산, 브랜드도 없는 그저 평범한 옷이었다. 아 과연 캐리 답다라는 생각.



섹스 앤 더 시티 2에서는 패션은 더 다양해지는데 데일리 룩이 많이 소개되어 스타일링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특히 따라 하고 싶었던 스타일이 있었으니 바로 이것!



지금이야 빅로고 티셔츠가 유행이지만, 이때만 해도 저런 옷은 촌스럽다고만 생각했다. 대놓고 샤넬이니, 구찌니 드러나는 게 멋이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캐리의 이 스타일을 보자마자 완전히 반했버렸다.

아, 디자이너 로고의 티셔츠를 입는 게 저렇게 예쁘구나. 그리고 저렇게 화려한 스커트에 캐주얼한 셔츠를 매치하다니! 역시 캐리 언니 스타일 천재 (!!!)


 섹스 앤 더 시티는 이제 10년이 된 영화지만, 스타일만 보자면 여전히 '현재'에 있는 듯하다. 약간은 촌스럽고 과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패션은 돌고 도니깐. 언젠가 섹스 앤 더 시티의 영화 속 스타일이 또 유행하지 않을까!


+)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개봉 10주년 기념으로 비비안 웨스트 우드에서는 영화 속 드레스를(캐리에게 선물한 그 드레스!) 뉴욕 쇼룸에서 6월 3일까지 전시한다고 한다. 만약 당신이 당장 내일 뉴욕에 간다면, 또는 지금 뉴욕에 있다면 꼭 들러서 두 눈으로 꼭꼭 보길 바란다.



2. 싱글맨 (A Single Man, 2009)


중년 교수의 외로움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싱글맨.

슈트핏 콜린 퍼스는 '킹스맨'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졌지만, 사실 영화 '싱글맨'에서 콜린 퍼스의 슈트핏을 따라갈 영화나 화보는 없다.

영화 '싱글맨'의 슈트와 아이웨어 모두 톰포드라는 것! 그리고 '싱글맨' 감독 또한 톰포드라는 사실.


평소 자신의 브랜드의 패션 포토도 직접 찍으며 컨트롤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에 영상을 찍는다는 것이 놀라운 사실은 아니나,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가장 끌렸던 점이다.

톰포드가 만든 영화는 얼마나 감각적일까! 게다 톰포드를 입은 콜린 퍼스라니!


평소 톰포드 아이웨어의 제품과 화보(니콜라스 홀트가 찍은 화보는 최고!)를 정말 좋아했는데 영화에서도 볼 수 있어 엄청 기대를 했다. 게다 콜린 퍼스 말고 니콜라스 홀트까지 나온다니. (톰포드가 니콜라스 홀트를 정말 좋아하는 듯하다) + 줄리안 무어도 나온다. 워후!


소년시절 니콜라스 홀트
확실한 존재감을 내비친 줄리안 무어


참고로, 영화의 내용은 굉장히 심오하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생을 마감하려는 한 교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보는 내내 계속 정색하게 만든 영화였다(좋은 의미로).  우울감과 외로움의 극을 달려가는 조지(콜린 퍼스)와 상반되는 케니(니콜라스 홀트)가 그나마 희미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복잡하고 미묘한 인물의 관계와 심리를 원작만큼이나 잘 묘사했다. 디자이너의 감수성으로 잘 표현된 듯하다. 역시 톰포드다!



3.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2013)


빠르게 돌아가는 장면들과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음악. 그리고 화려한 의상까지.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화려함의 극치를 달린다.

이 영화의 감독 바즈 루어만은 '댄싱 히어로'나 '로미오와 줄리엣'부터 화려한 의상과 음악으로 마치 뮤지컬을 한 편 보는 듯한 영화들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위대한 개츠비가 바즈 루어만 감독으로 탄생한다 했을 때 기대했던 것도 있다. 아! 또 한 번 화려한 뮤지컬이 탄생하는구나!


원작의 충실도와는 별개로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좋았다. 특히 의상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남성 의상은 미국을 대표하는 '브룩스 브라더스'가, 여성 의상은 미우치아 프라다와 코스튬 디자이너 캐서린 마틴*과 함께 하여 완성하였다.


*캐서린 마틴은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루즈 등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의 의상을 담당해온 코스튬 디자이너로, 바즈 루어만의 배우자이기도 하다.



특히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와 콜라보로 만들어진 '위대한 개츠비'의 의상은 지난 20여 년간 프라다와 미우미우의 런웨이 룩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모두 맞춤 제작(비스포크)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이런 화려한 설명 없이 딱 봐도, 의상이 너무 아름답다. 1920년대의 미국의 골든 에이지를 그대로 표현한 느낌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의상은, 다름 아닌 이 장면!


개츠비가 온갖 실크 셔츠들을 데이지에게 던지는 장면에서 입이 떡 벌어졌다. 세상에나. 저거 나 하나만 입어 봤으면 (실제로 영화 보면서 이 생각을 했다..)


높은 천고의 방에서 색색깔의 셔츠들이 팔랑이며 떨어지는 건, 마치 개츠비와 데이지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함께 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지고 마는. 그래서 더 아름답게 보이고, 슬프게 보이는 장면이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이후로 영화 소식이 없어 아쉽다. 바즈 루어만 감독만이 만들어내는 과장되고 화려한 영상미를 또 볼 수 있을까. 위대한 개츠비가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본다.



4. 블루 재스민 (Blue Jasmine, 2013)


이 여인을 보고 있자면 철이 없는 건지, 아니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자란 공주님이잖아 하는 한숨밖에 안 나온다. 패가망신하여도 '스타일'은 지켜내야 하는 재스민.


그런 그녀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샤넬 재킷이다.

재스민의 화려했던 과거를 끝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아직 잊지 못해서인지 그녀는 늘, 언제 어디서냐 샤넬 트위드 재킷을 입는다.



여기서 내가 반했던 의상은, 단순히 샤넬 재킷만이 아니었다.

청바지에 샤넬 재킷을 걸치고 진주 목걸이를 하는 그녀를 보니, 아 이게 바로 클래식이구나 라고 눈이 번쩍 뜨였다. 트위드 재킷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트위드 스커트랑 투피스로 입는 거라 생각했는데, 재스민이 입은 샤넬 재킷은 내가 상상해왔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청바지에 입으니 이렇게나 우아해 보일 수가!


물론 재스민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의 아우라가 한몫한 것도 있지만, 샤넬 백이 어쩌고 해도 갖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선 샤넬 트위드 재킷이 갖고 싶어 졌다.

나도 나이 들면, 저렇게 청바지에 샤넬 트위드 재킷을 시크하게 툭, 하고 걸치고 다녀야지. 아니 그런 스타일에 어울리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


영화 '블루 재스민'은 제목처럼, 블루 한 감정과 분위기 속에서 끝이 난다. 그런 그녀를 달래주는 건 아무래도 샤넬 트위드 재킷뿐인 듯하다. 이 재킷이라도 있어야 그녀가 조금은 안정이 될까.

잔잔하면서도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이 영화는 우디 앨런 특유의 냉소를 즐긴다면(!) 이 또한 흥미로운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5.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1939)


영화 '블루 재스민'의 재스민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스칼렛은 전쟁 중에서도 드레스를 꼭꼭 챙겨 입는 철없는 아가씨다. 남편을 잃어도,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는 그녀의 모습은 부잣집에서 곱게 자라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소녀 같다.


덕분에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드레스들로 눈이 즐겁기도 하다. 워낙 대작이기에 인생에서 한 번은 꼭,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이지만 패션을 사랑한다면 더더욱 봐야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영화 의상 TOP 10에 랭크되기도 했으며, 몇몇 의상들은 바비 컬렉션으로 제작되었다.)


꽤 어렸을 적에, 엄마가 이건 봐야 하는 영화라며 처음 보고 TV에서 해주거나 일부러 찾아서 보면서 두세 번은 더 본 듯하다. 비비안 리의 가녀리면서도 영화 속에서는 앙칼진 모습이 시대와는 다른 여성상이라 흥미롭게 느껴졌다.



특히 무도회를 앞두고 드레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천이 없다고 하자, 아무렇지 않게 벨벳 커튼을 뜯어내어 드레스를 만들라고 하는 그녀의 모습이 난 왜 이리도 사랑스러울까!

다크 그린의 드레스는 커튼이었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답다.




남편의 장례식장에 입고 간 화려한 블랙 드레스 역시,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너무 어렸을 때였던 지라, 왜 저렇게 화려한 거 입으면 안 되지 라고 그녀에게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드레스들로 눈은 즐겁지만, 사실 스칼렛에게 처한 상황과 계속해서 닥치는 불운들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고통스럽다. 이제 좀 행복하게 해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스칼렛은 주저앉지 않는다.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뜰 거야 라는 명대사와 함께 그녀는 다시 한번 일어선다. 마지막 대사를 듣기 위해서라도 이 영화의 긴 러닝 타임을 다 이겨 낼만하다.




6.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1961)


마지막을 장식할 의상은 바로 이 영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이자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생각하면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들이 떠오른다. 편한 옷을 입고 테라스에서 '문 리버'를 연주하며 부르는 홀리(오드리 헵번), 비를 맞으며 '캣'을 애타게 찾는 장면...

그리고 커피와 빵을 들고 '티파니' 쇼윈도를 바라보는 장면.



그렇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하면 역시 티파니 쇼윈도 장면이 아닐까. 이 장면에서 오드리 헵번은 '지방시'의 미니 블랙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이 한 장면만으로 절로 손뼉 치게 만든다. 후오. 역시 햅번은 지방시, 지방시는 햅번이다.


지방시와 오드리 헵번의 인연은 생각보다 깊다. 영화 '사브리나'로 시작된 디자이너와 배우의 인연은 오드리 헵번 평생 동안 함께 하게 된다. 40여 년의 시간 동안 다양한 '햅번 룩' 혹은 '햅번 스타일'이 완성이 되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온 '리틀 블랙 드레스'이다.




당시 '마릴린 먼로'와 같은 글래머러스한 여성이 인기를 끌었던 시기였지만, 오드리 헵번은 자신만의 패션 철학으로 매 영화마다 그녀에게 딱 맞는, 모든 여성들이 따라 하고 싶은 스타일을 창조해내었고 그 뒤엔 항상 디자이너 지방시가 함께 했다.


*둘의 히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아래의 기사를 참조하자.

http://www.fashionn.com/board/read_new.php?table=1009&number=23819


영화는 지금처럼 깨끗한 디지털도 아니고, 노이즈가 많은 필름이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오드리 헵번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더욱 살리는 듯하다.

오드리 헵번이 그저 예쁘기만 한 여배우라 생각했다면, 지방시도 반할 만큼 놀라운 패션 철학을 지닌 그녀를 영화와 의상을 통해 다시 한번 바라보자.





한 번 본 영화라도 어떤 관점에서 보냐에 따라 또 달라지기 마련이다. 위에서 언급한 6개의 영화들을 보며 의상과 패션, 스타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보자. 의상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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