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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May 28. 2018

2018 Dream Concert 후기

3월 말에 친구한테서 드림콘서트에 가자고 연락이 왔다. 해마다 5~6월 사이에 열리는 드림콘서트는 1995년에 시작해 벌써 24번째 콘서트가 되었다. 20년이 넘게 꾸준히 진행되어온 콘서트였지만 가볼 생각을 안 했었다. 통금시간이 있어 가기 힘들었고 여러 아이돌이나 가수들을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진행되는 곳의 시야가 좋지 않아서 별로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학업 문제가 가장 컸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학업이 뭐가 중요한가? 가고 싶으면 가면 되는 것이다. 그에 대한 책임만 지면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에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온다고 해서 큰 맘먹고 가기로 했다.


4월 13일 날 ‘K-STAR’에서 티켓팅을 성공한 후 한 달이 지나서인 5월 12일 오후 1시쯤 서울 상암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다. 여러 협찬 업체들이 홍보부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그 외에도 각종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아이돌 팬들의 나눔도 이어졌다. 팬 인증을 하고 나서 아이돌들의 사진이나 스티커 등을 나누어 주었다. 신기했다. (아이돌 팬 인증은 앨범이나 가수의 응원봉 혹은 음원 스트리밍 횟수를 본다고 했다.) 배가 고파 점심을 먹고자 경기장 근처에 있는 홈플러스를 찾았는데 그곳에 인파는 엄청났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날 날이 오긴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밥을 먹고 우리는 오후 4시쯤 입장했다. 이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 내렸다.



입장을 초반 때 해서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었다. 드문드문 앉아있는 정도였다. 오후 5시에 시작이었는데 비가 많이 오고 사람들의 입장이 늦어져서 그런지 콘서트는 20분 정도 딜레이가 되었다. 이날 MC는 배우 윤시윤과 설인아 그리고 그룹 아스트로의 차은우가 진행을 맡았다. 4시 15분부터 레드 카펫 진행을 시작했는데 정말 신기했다. 특히 아스트로의 차은우는 사람들이 왜 얼굴 천재라는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이번 드림콘서트 라인업은 태민, 레드벨벳, 세븐틴, NCT, 러블리즈, 여자친구, 마마무, 아스트로 등 여러 인기 아이돌들과 MXM, fromis_9, 다이아, 더 보이즈, 골든차이드 등 신인 그룹들까지 포함해 총 24개의 팀이 출연했다. Special 라인업으로 휘성과 윤하도 있었다. 벌써부터 귀 호강을 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NCT Dream의 무대로 드림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후에 마이틴, SHASHA, 빅플로, 립버블 등의 신인 그룹의 무대로 이어졌다. 사실 나에게는 생소했던 무대들이라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다들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꿋꿋이 안무를 하고 끝까지 웃으며 노래해 인상 깊었다. 하지만 보는 내내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중간중간 무대가 미끄러워서 넘어지는 멤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대가 끝날 때마다 무대 스텝들이 나와서 무대 정리를 하는데 그때 무대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느껴졌다. 월드컵 경기장이 타원의 형태로 생겼는데 바깥 부분만 가림 막으로 막혀있고 가운데는 뻥 뚫린 구조라 3층은 비를 맞지 않았지만 나머지 스탠딩석이나 그라운드석 그리고 가수들은 고스란히 비를 맞아야만 했다. MC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는 더욱 거세져 갔지만 팬들의 환호와 응원은 열정적이었다.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아스트로가 나왔는데 팬들의 엄청난 환호성이 화장실 안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스페셜 무대인 휘성의 무대는 다들 뭔가에 홀린 것처럼 떼창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휘성의 단독 콘서트에 온 것 같았다. '역시 휘성이다' 싶었다. 그만큼 그의 무대는 엄청났다. 이때 나의 흥은 최고조에 달했다. 한차례의 파도가 휩쓴 듯 무대가 끝이 나고 스쿨어택 2018의 티저 영상이 나오며 열기가 잠잠해지는 듯싶었다. 스쿨 어택이 다시 부활하다니 나로서는 소름이 돋는 일이었다. 스쿨 어택은 약 10년 전인 2008년 하반기에 시작해 인기 그룹들이 학교로 찾아가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앉아 있던 구역의 아는 사람은 많이 없는 것 같아 괜스레 마음 한편 이 아련해졌다.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라고 생각할 때쯤 NCT의 무대가 이어졌다. 이때 조금 아니 많이 무서웠다. NCT 팬들의 함성과 응원소리는 아직도 기억난다. 앉아서 무대를 보는 내내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NCT의 무대 중에서 NCT U의 ‘BOSS’와 NCT 2018의 ‘Black on Black’ 무대는 가히 최고였다. 퍼포먼스와 노래, 특히 입고 나온 의상은 충격적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의상 얘기를 그렇게 많이 했다.



드림콘서트의 막바지가 다가올 때쯤 레드벨벳과 마마무의 무대가 이어졌다. 레드벨벳의 Bad Boy 무대를 보면서 슬기와 아이린의 춤 선이 정말 곱고 부드럽지만 힘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들 너무 예뻐서 넋을 잃고 무대를 봤던 것 같다. 마마무는 마마무만의 분위기와 퍼포먼스 그리고 센스 있는 무대매너까지 모든 걸 다 갖추었던 무대였다. 슬슬 콘서트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븐틴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공연의 막바지라 힘이 부쳤던 건 사실인데 엄청 신나고 즐거웠다. 함성소리와 노래가 어우러져 엔도르핀이 온몸을 감쌌다. 노래가 마무리되어갈 때쯤 나는 슬슬 일어나기 시작했다. 공연이 시작된 지 4시간 30분 정도가 흐른 후에야 기다렸던 무대의 시작이 다가왔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온몸이 엄청나게 떨리기 시작했다. 몇 날 며칠 밤새 외운 응원법을 까먹을 까 봐 조마조마했다. 초조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근 몇 개월간 쓸 일이 없어 방치해둔 야광봉을 꺼내 하나 둘 키기 시작했다. 어두운 곳에서 키니까 더욱더 빛이 났다. MC들의 멘트가 끝난 후 주위 사람들 모두가 포효하듯 그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곧 Intro 음악이 흘러나왔다. 태민의 ‘MOVE’ 무대가 시작되었다.



숨이 턱 막히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무슨 정신으로 무대를 봤는지 긴장이 풀리면서 주저앉았다. ‘MOVE’ 무대가 끝나고 내 목 상태는 말이 아니었지만 환호성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얼마나 소리를 질렀을까? ‘괴도’ 무대까지 끝나고 정말 하얗게 불태웠음을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본 쾌감과 전율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MOVE’의 경우 강약 조절이 정말 일품이었고 그의 눈빛과 몸짓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태민 특유의 나른하고 섹시한 분위기가 비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비마저 도 무대 연출의 일부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중성적인 안무를 찰떡(?) 같이 소화해내는 가수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을까? 아마 그가 유일할 것이다. ‘괴도’는 그가 처음 솔로로 데뷔했을 때의 타이틀곡인데 아이돌 중에서도 춤으로 탑인 그가 몇 년 사이 더 노련해졌음을 알 수 있는 무대였다. 퍼포먼스, 노래, 분위기까지 결점 없는 무대였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웠고 가슴 깊은 곳에서 감동이 벅차오르며 울컥해 짐을 느꼈다. 악조건 속에서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무대를 끝마치는 그의 모습은 정말 프로 그 자체였다. ‘MOVE’의 가사처럼 나를 놔버리고 무대를 즐겼으며 10분 남짓의 시간이었지만 그에게 빨려들 것만 같았다. 그의 무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역대 급"이라는 단어가 제일 잘 어울렸다.


무대 후 싸이의 연예인이 흐르고 모든 출연진들이 나오면서 드림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시작한 지 약 5시간이 흐른 후였다. 나와 친구는 10시가 조금 넘어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막차가 끊길 까 봐 빠르게 빠져나와 부랴부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이 다행히 끊기지는 않았으나 사람들이 많아서 가는 내내 서서 갔다. 공연은 끝났지만 다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얘기를 하며 들떠있었다.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보였다. 나 또한 마찬가지여서 인터넷에 뜬 사진과 기사를 보며 집으로 향했다. 자정이 다 되어 서야 집에 도착했고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가길 잘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슬슬 후기를 마무리 지어보고자 한다. 드림콘서트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무대는 정말 좋았다. 다만 행사 며칠 전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 진행 전 아티스트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가 없었다는 점에서 화가 나고 속상했다. 대책도 없이 그대로 공연을 진행해 여러 아티스트들이 비를 맞으며 공연하는 것을 고스란히 봐야만 했던 게 가장 큰 고역이었다. 또 장비들 관리는 엄청나게 하는데 공연하는 아티스트들의 안전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 아티스트의 팬 입장으로써 굉장히 불쾌했다. 비를 맞으며 무대를 한 모든 가수들과 진행을 맡은 MC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킨 팬들이 가장 고생했다. 그 외에도 현장 수령 입장에 혼선이 있었던 것과 진행 큐 시트에 나와있는 것과 진행 순서가 달랐던 게 살짝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많은 아티스트들을 보고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유대감을 쌓고 왔다는 점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오랜만에 내 아티스트의 무대를 보고 즐길 수 있어서 큰 추억으로 남겨질 것 같다. 다음 해 진행은 올해보다 나은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만약 누군가의 팬이고 드림콘서트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한 번쯤 가보는 걸 추천한다. 확실히 몸은 힘들지만 그 이상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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