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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세기 소년] 일렉트로닉이 전통음악과 만났을 때
전통음악과 일렉트로닉의 만남
정병욱 | 2021-07-02

[20.5세기 소년] 일렉트로닉이 전통음악과 만났을 때


editor : 정병욱


국악’으로 통칭하는 우리나라 전통음악과 영미권 및 유럽을 주요 무대 삼는 서구 음악을 교차하고 뒤섞는 역사는, 1980년대 국악과 클래식 혹은 국악과 프리재즈 협연 시도 이래 계속 이어져 왔다. 국악기를 활용한 포스트록 어법으로 유럽 무대의 관심을 끈 잠비나이나 남다른 비주얼과 퍼포먼스, 흥겨운 모던록 사운드로 새로운 흐름을 이끈 씽씽, 이날치가 잘 알려진 예시일 터. 그러나 아직까지 전통음악과 일렉트로닉의 만남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인상적이었던 이들의 만남을 소개한다. 일렉트로닉이 어디든 스며들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을 것이다.



신노이 (2019)

2019년, 프로젝트 그룹 신노이(SINNOI)가 내놓은 앨범은 제목부터 ‘새로운 길’(the new path)이다. 재즈 베이시스트 이원술, 전통음악의 정가와 민요를 두루 통달한 소리꾼 김보라, 앰비언트 뮤지션 하임(haihm)까지 무려 서로 다른 세 영역의 아티스트가 함께해 그 결과물이 더욱 희귀하다. 베이스가 리듬을, 전통음악의 가창이 주된 선율을 담당한다면, 하임이 주조하는 독특한 질감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자칫 루즈해질 수 있는 흐름에 신선한 생기를 부여한다. 하임은 앞서 차분하고 선율적인 보컬을 얹은 데뷔작 (2008) 등 개인 작업은 물론 브라운아이드걸스, 아이유 등 주류 뮤지션들의 프로듀서로도 활동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국악과 일렉트로닉의 협연 <시나위 일렉트로니카>에 참여한 데 이어 최근 모처럼의 개인 앨범 를 내놓았다.



V.A. (2020)

레이블 토날 유니티(Tonal Unity)는 “아시아를 포함한 그 이상의 순수한 사운드”를 기치로 내세운다. 아시아 중에서도 특히 한국 전통음악이나 전통에 관련된 이미지를 소재로 삼고,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시도를 분주히 해오고 있지만, 막상 이를 이끄는 아킴보(Akimbo)는 한국인이 아니다. 언뜻 신비롭고 명상음악과 같은 사운드 스케이프를 추구하고 있어 그것이 서양인의 관점에서 본 다소 구시대적 오리엔탈리즘의 연장이 아닐까 염려할 수 있지만, 막상 들어보면 다양한 주제만큼이나 다채로운 정서와 분위기를 의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작은 한국, 일본, 러시아, 브라질 등 국적이 다른 6명의 프로듀서가 참여한 레이블의 두 번째 컴필레이션. 백제금동대향로를 새겨 넣은 재킷과 함께 익숙한 전통음악의 소리와 뜻밖의 이국적인 소리가 교차하는 6가지 다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아킴보는 지난 4월에 개인 작업으로 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스피(ESP) (2021)

정민아는 가야금 연주 위에 자신의 부드럽고 따스한 보컬과 정겨운 선율, 동시 같은 가사를 얹은 앨범 <상사몽 (모던 가야금)>(2007)으로 일찌감치 인디 신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가야금 연주자이자 싱어송라이터다. 2019년, 앨범 <산조적 감각>으로 자신의 스승 및 동료 연주자와 함께 가야금 산조의 전통 및 현대 어법을 두루 탐구하고 풀어냈던 그는, 올해 초에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이상진과 함께 ‘일렉트로닉 산조’라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내놓았다. 프로젝트와 앨범 제목 모두 ‘일렉트로닉 산조 프로젝트’(Electronic Sanjo Project)를 의미하는 ‘ESP’. 정민아 3집 <오아시스>(2011)를 시작으로 공동 작업을 이어온 두 사람은 이번 앨범을 통해 전통음악과 일렉트로닉의 만남이 실험적이고 어렵다는 편견에 도전한다. 드럼앤베이스의 긴박감 넘치는 비트 위로 가야금의 낮은 선율이 흥겹게 춤을 추는 첫 곡 ‘Gaya DNA’나 디스코 사운드, 트로트 선율 등을 활용한 레트로 스타일의 ‘모던휘모리’가 대표적이다.



해파리 (2021)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하는 이들에게 정체성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듀오 해파리도 그렇다. 각기 전통음악 정가와 타악을 전공한 민희혜원 두 사람이 만났지만, 이들은 스스로 국악 아티스트로 정의되고 한정되길 거부한다. 최근 발표한 데뷔 EP 의 경우 전통 궁중음악의 정수로 손꼽히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을 소재로 활용했지만, 이를 국악 크로스오버가 아닌 일렉트로닉으로 당당히 분류하기도 했다. 실제로 종묘제례악에 쓰이는 악곡들 중 몇 곡을 골라 온전히 해체하고 재조립한 해파리의 음악은 편종(編鐘)편경(編磬) 등 실제 국악 타악기 소스를 활용한 생소한 질감의 사운드와 대중음악에 다소 낯선 정가 창법을 제외하고는 처음 듣는 얼터너티브 테크노 음악이나 다름없다. 3월에 참여한 SXSW(South by Southwest)에서 NPR(National Public Radio)의 ‘SXSW 기대주 11팀’에 선정된 바 있는 이들은 오는 7월에 여우락 페스티벌 단독 공연 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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