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현금관리의 7가지 특징-기업 특성과 현금보유와의 관계 분석 기업 현금관리의 7가지 특징-기업 특성과 현금보유와의 관계 분석

박상수 | 2003-02-05 |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에 대비하는 기업활동 중 현금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현금관리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과거 국내기업의 현금보유 규모는 어느 정도였는지, 자산 규모, 부채비율 등 기업특성에 따라 현금보유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았다.

새해 들어서도 기업경영을 둘러싼 대내·외 불안요인은 줄어들기 보다는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는 IT 경기 부진, 글로벌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인하여 소비심리 및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대내적으로는 소비, 투자 등 내수부문이 침체양상을 보이고 있고, 쉽게 해결될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는 북한 핵 문제도 국내경제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경제주체의 심리가 위축되기 마련이다. 기업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규모를 축소하거나 연기하고, 대신 현금 보유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을 하게 된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적정한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정상적으로 경영활동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에 대비하는 기업활동 중 현금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그 중요성이 날로 커져 가고 있는 현금관리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과거 국내기업의 현금보유 규모는 어느 정도였는지, 자산 규모, 부채비율 등 기업특성에 따라 현금보유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았다.


분석대상 : 400개 기업

상장 제조업 중 12월 결산법인 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그림 1> 참조). 분석기간은 1991년부터 2002년 상반기이다. 분석대상 기업의 자산규모는 2001년 말 현재 298조원이고, 매출액은 267조원이다. 2002년 6월 현재 현금성 자산 규모(현금 및 현금등가물 + 단기금융상품 + 유가증권, 이하 현금 규모)가 큰 기업들을 살펴보면, 삼성전자(6.1조원), 현대자동차(4.0조원), 기아자동차(1.6조원), 포스코(1.1조원) 등이 1조원을 넘어섰다.

분석방법은 먼저 과거 시계열적으로 기업의 현금보유가 어떠한 패턴을 보였는지를 살펴보았고, 그 후 자산 규모, 기업 위험도, 차입금 비율 등에 따라 현금보유 비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하였다. 기업 특성과 현금보유 비율과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분석대상 400개 기업을 과거 11년간(1991~2001)의 평균 현금보유 비율을 기준으로 각각 100개씩 4등분 하였다. 즉, 1~100위 기업, 101~200위 기업, 201~300위 기업, 310~400위 기업으로 나누었다. 그 중 1~100위 기업을 ‘현금보유 상위기업’으로 정의하였고, 301~400위 기업을 ‘현금보유 하위기업’으로 정의하였다. 그런 후에 현금보유 상위기업과 현금보유 하위기업간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아래의 7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1.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현금 보유는 증가

분석대상 기업의 현금 규모와 현금 비율은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2> 참조). 현금 규모는 1991년 7조원에서 점차적으로 증가하여, 외환위기 직후 1999년 22조원(1998년), 2002년 상반기 현재 26조원 수준이다. 현금 보유 비율[현금성 자산/(자산 총계 - 현금성 자산)]은 하락과 상승 패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현금 보유 비율은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시기에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7.6%)에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반전하였으며, 9.11 테러 이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작년 상반기에 기업의 현금비율(10.0%)이 상승 추세로 반전되었다.

2. 현금 보유 상위 10개 기업은 증가 추세가 뚜렷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현금 보유 규모가 큰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현금 보유를 늘려가고 있다. 현금 보유 상위 10대 기업의 2002년 상반기 현금 보유액은 15.1조원으로 1991년 1.7조원과 비교하면 무려 8.8배 수준으로 늘어났다(<그림 3> 참조). 이들 10대 기업의 현금 규모가 분석대상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1년 23%에서, 작년 상반기 59%로 무려 26% 포인트가 증가하였다. 이들 상위 10대 기업의 실적 호조가 하반기에도 지속된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 기업의 비중이 더욱 커졌을 개연성이 높다.

이들 상위기업의 현금 보유 규모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상위 10대 기업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의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였고,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된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은 국내경제의 불안요인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현금 보유 규모를 결정하여야 한다. 이들 기업은 현재 자신들이 직면하고 있는 리스크가 과거보다 크게 확대되었다고 인식하고 현금 보유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3. 현금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 : 자산규모가 작음

자산규모가 작은 기업의 현금보유 비율이 높았다. 현금보유 상위기업의 평균 자산규모는 1,079억원(2001년 말 기준)이었고, 현금보유 하위기업의 자산규모는 2,338억원이었다. 매출액으로 비교하여도 마찬가지 였다. 현금보유 상위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1,065억원(2001년 기준)이었고, 현금보유 하위기업의 매출액은 2,067억원이었다. 상위기업 규모는 하위기업 자산규모의 46%, 매출액의 51% 수준에 불과하였다.

자산규모는 자금시장의 접근 가능성과 관련이 깊다. 기업이 ‘원하는 양(Volume)’을 ‘필요로 하는 시기’에 ‘시장 이자율’로 조달 가능하다면 자금시장의 접근 가능성은 용이하지만 이 중 하나라도 불리한 여건에 직면한다면 자금시장의 접근 가능성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자산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기업집단에 속해있지 않고, 토지, 건물 등 부동산도 많지 않아 자금시장의 접근 가능성이 어려운 기업들이다. 자금시장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 현금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 : 투자가 많음

시설투자나 관계회사 투자가 많은 기업일수록 현금보유 비율은 높았다. 현금보유 상위기업의 투자비율[(시설투자 + 관계회사 투자)/(자산 총계 - 현금성 자산)]은 9.4% (1991~2001년 평균)이었고, 현금보유 하위기업의 투자비율은 7.8%였다. 현금보유 상위기업의 투자비율이 하위기업의 투자비율에 비해 1.6% 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투자 등 대부분의 투자는 일회성 자금지출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장기간에 걸쳐서 집행된다. 또 과거 투자기회가 많았던 기업일수록 미래에도 수익성이 높은 투자안을 기대할 개연성이 높다. 공격적으로 투자를 수행한 기업은 기존투자를 무리없이 지속하고, 미래 투자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현금보유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5. 현금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 : 자산 수익률이 높음

수익성이 양호한 기업의 현금보유 비율이 높았다. 현금보유 상위기업의 자산 수익률은 3.7%(1991~2001년 평균)로 하위기업의 자산 수익률은 3.4%보다 0.3% 포인트 더 높았다. 자산 수익률에서 분자인 수익은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플러스한 후에 이자비용, 법인세, 현금배당을 차감한 값이고, 분모인 자산은 자산총계에서 현금성 자산을 차감한 값이다. 벌어들인 돈에서 현금성 지출을 차감하고 남은 돈이 많은 기업일수록 기업 내부에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6. 현금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 : 현금흐름 변동성이 큼

현금흐름 변동성이 큰 기업들이 대체로 현금보유 비율이 높았다. 현금보유 상위기업의 현금흐름 변동성은 4.9%(1991~2001년)였고, 하위기업의 현금흐름 변동성은 4.0%였다. 현금보유 상위기업의 현금흐름 변동성은 하위기업의 변동성보다 23% 정도 더 컸다.

현금흐름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주요 제품의 매출 의존도가 높아 경기 변동, 시장 상황 등에 따라 기업 실적의 출렁거림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화된 기업일수록 현금흐름의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에 현금 보유를 늘린다. 반면 다수의 제품 믹스, 낮은 경쟁강도,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등으로 인하여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이는 기업은 현금 보유를 적게 가져 간다.

7. 현금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 : 차입금 비율이 낮음

차입금 비율이 낮은 기업이 현금보유 비율도 높았다. 현금보유 상위기업의 차입금 비율[차입금/(자산 총계 - 현금성 자산)]은 36%(1991~ 2001년 평균)로, 현금보유 하위기업의 차입금 비율 44%보다 8% 포인트 더 낮았다.

차입금 비율이 낮은 기업일수록 금융기관의 상환 압력 등이 크지 않아 기업 내부에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투자기회를 모색할 여력이 있다. 하지만 차입금이 비율이 높은 기업은 대출금이나 사채를 상환함으로써 자금시장의 압박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 내부에 적정 수준 이상의 현금 유보를 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 특성과 기회비용을 고려하여 현금 보유 규모를 결정

지금까지 분석한 것을 종합하면 경영환경이 불확실할수록 기업의 현금 보유는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쟁에 직면하고 있는 기업들의 현금 보유 규모는 확연하게 커지고 있다. 현금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은 수익성이 양호하고,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투자 지출과 현금흐름의 변동성은 크고, 규모가 작아 자금시장의 접근 가능성이 용이하지 않다. 즉 기업의 재무 리스크는 작지만 비즈니스 리스크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현금 보유 규모가 많은 것이다(<그림 4> 참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경영환경 하에서 현금 보유는 기업의 전략적 자유도를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기업 소요자금을 조달하지 못하여 중요한 투자를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운전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흑자 도산하는 상황을 모면해줄 수 있다. 또 자금난을 겪고있는 기업을 헐값에 사들임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수익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기업의 현금규모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현금규모가 많을수록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현금에서 벌어들인 돈이 자금조달 비용에도 미치지 못해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큰 우려사항은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방만한 비용 지출이나 수익률이 낮은 투자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업은 미래 현금흐름, 향후 투자계획, 자금시장의 접근 용이성 등과 현금 보유로 인한 기회비용을 충분히 고려하여 자사에 적합한 현금 보유 규모를 결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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