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전 벌이는 LG화학-SK이노베이션...화해 가능할까
난타전 벌이는 LG화학-SK이노베이션...화해 가능할까
  • 서무열 기자
  • 승인 2020.08.3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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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배상금 생각 차 커 합의 어려울 듯
美 법원 판결, SK에 불리할 것 의견 많아
양사 치킨게임, 中에는 어부지리로 작용

 

지난해 4월 처음 불거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종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양측 최고경영자가 회동을 가진 게 진해 9월이지만 평행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수장이 만나고도 1년 동안 접점을 찾지 못한 양측이 앞으로 한달 남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 전에 합의할 수 있을까.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주장하는 수조원대 배상액에 대해 "우리보고 배터리 사업을 접으라는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한 직원은 그동안 미국 배터리 공장에 투자했거나 검토하는 금액이 3조원 수준인데, 이에 맞먹거나 뛰어넘는 요구를 하는 게 과연 상식적이냐고 되물었다. 

"빨리 합의하는 게 저희도 당연히 좋다. 하지만 (LG화학이 요구하는 금액은) 저희 생각과 갭이 너무 크다. 언론에는 수조원대라고 나와서 모두들 1~2조원 정도인 줄 아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높다. 말 그대로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이야기하니까 저희가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줄 수가 없는 거다."

하지만 LG화학은 수조원을 받아도 모자란데 SK이노베이션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이야기하면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한 직원은 협상 과정에서 누구나 기싸움을 할 순 있지만 지금은 너무 과하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앞으로 당면할 리스트를 산정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그동안 수조원을 투자한 미국에서 앞으로 사업을 못하게 될 가능성, 소송에서 질 경우 포드·폭스바겐 등 고객사에게 계약위반으로 물어줘야 할 배상금 등을 다 고려해서 (LG화학에게) 수백억원의 배상금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서로의 견해가 크게 다른 건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어서다. LG화학은 타사의 영업비밀을 활용해 얼마나 수주했는지, 연구개발 비용이 감소하는 등 얼마나 부당이득을 얻었는지, 이로 인해 미래에 얼마나 수주하게 될 것인지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합리적 보상 기준으로 삼을 만한 영업비밀 침해 내역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자사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기회비용을 다 배상금으로 산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오는 10월 5일로 예정된 ITC의 최종 결정 전에 합의를 이뤄내는 게 그나마 SK이노베이션에게 낫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ITC로부터 조기패소 결정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ITC에서 조기패소 결정이 뒤집힌 전례는 없기때문이다.

미국 조지아주 제1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SK이노베이션 제공)

미국 연방법원도 LG화학이 제기한 소송에서 ITC의 의견을 토대로 SK이노베이션의 배상금액을 결정할 전망이다. 특히 영업비밀 침해로 위법하게 만들어진 배터리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수입이 금지되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기 어렵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점을 인정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ITC가 조기패소 결정을 내린 건 이번 소송의 핵심인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됐기 때문이 아니라 '증거인멸' 행위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증거 인멸도 지난 4월부터 전면 재검토 중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공장이 창출하는 수천개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포드·폭스바겐도 ITC에 "SK에 수입금지 명령을 내리지 말아달라"고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반면 LG화학은 ITC가 조기 패소 결정을 내린 점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어떻게 사용해 배터리 부품을 만들었는지 구체적인 리스트를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인정됐다는 입장이다. 지금 진행되는 재검토는 불복에 따른 통상적인 절차일 뿐 조기 패소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1916년 ITC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100년이 넘는 동안 단 6건만 행사됐을 정도로 드물고, 그마저도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해선 1건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게 의견 대립이 팽팽한 만큼 양측이 ITC 최종 결정 전까지 합의하는 걸 포기하고 그 이후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선 '경쟁사인 LG화학에 수조원의 배상금을 안겨줄 바에는 최종 결정까지 가보자'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ITC 최종 결정이 나오더라도 양사가 추후 합의한다면 민사소송이기에 문제가 없고, SK이노베이션은 패소할 경우 미국 연방고등법원에 항소해 다시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LG화학 고위 관계자는 "합리적 수준으로 합의를 해야겠지만 못 해도 우린 잃을 게 없다"며 "그렇게 되면 끝까지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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