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VR 엑스포 2017 후기 : 이것은 VR방 창업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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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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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대유희박물관의 AR/VR 연구원 모마입니다. 2017년 3월 9일부터 3월 11일까지 3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 D홀에서 2017년의 첫 번째 대형 VR 행사인 VR EXPO(엑스포) 2017이 열리고 있습니다. 저는 1인 미디어 자격으로 사전 등록 후 참관했습니다.

VR 엑스포는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 행사인 줄로 알고 있었으나, 현장에 도착해 보니 VR에 관심이 많은 게이머나 봄 나들이를 나온 대학생 등 일반 관람객들도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VR 엑스포 2017의 메인 스폰서는 'VR 박스' 혹은 '몬스터 큐브'라는 VR방 사업을 준비 중인 몬스터 VR입니다. 때문인지 이번 행사에서는 몬스터 VR, 몬스터 VR과 게임 퍼블리싱을 체결한 게임 개발사들의 부스를 주로 만나 볼 수 있었고, 오큘러스나 HTC 등 해외 주요 VR 업체들의 참가는 없습니다.

무엇이 전시되고 있나

VR 엑스포 2017에서는 'VR 위기 대응 시뮬레이션'이나 '리얼타임 3D 스캔' 과 같은 산업용 VR이나 VR 관련 기술 업체들도 간간이 전시되어 있기는 했지만, 주로 볼 수 있었던 것은 몬스터 VR 파트너쉽사들의 VR 게임과 각종 VR 모션 시뮬레이터였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가상 현실 연동 모션 시뮬레이터를 보니, 확실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동성이나 디지털 미디어와의 연동 방식은 크게 발전하지 않았지만, 기존에 판매되고 있었던 모션 시뮬레이터에 비해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많았습니다.

VR 게임의 경우 작년 말에 열린 G-STAR 2016과 유사한 게임들이 전시되었습니다. 서울 VR 스타트업 참가사들이 준비하고 있는 VR 게임들이나 스코넥 '모탈 블리츠'의 HTC 바이브 버전 전시는 꽤나 반가웠으나, 그 외에는 VR 공포 게임이나 FPS처럼 그 동안의 VR 전시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장르의 VR 게임만이 전시되었고 참신한 게임을 찾아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국내 VR 산업의 현주소

VR 엑스포 2017에는 일본의 FOVE와 함께 하이엔드 VR 보급을 준비하고 있는 테크노블러드, '프로젝트 M'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낸 EVR스튜디오 등 2016년 콘텐츠 및 게임 업계의 주목을 받은 스타들이 참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서는 전체적으로 국내 VR 산업의 트렌드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현재 국내 VR 산업은 모션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체험형 VR'과, PC방 혹은 카페를 통해 유저들에게 VR 체험을 제공하는 'VR방' 비즈니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지역을 막론하고 체험형 VR이나 VR 체험방 사업은 그리 수익성이 뛰어난 사업은 아니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하지만 하이엔드 VR 기기의 유저 베이스가 너무 적고, 소프트웨어를 통째로 구입하여 사용하는 데에 익숙지 않은 한국 유저들의 특징 때문에, VR 사업자들은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VR을 사업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당장 로보 리콜급의 게임을 만들라는 게 아니라, 'VR을 위한 게임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담은 게임을 기대한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이번 VR 엑스포에 출품된 게임을 포함한 VR 콘텐츠들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몇 가지 콘텐츠를 제외하면 VR 엑스포 출품작들은 해외 우수 VR 콘텐츠의 아류작 수준에 머물러 있어, 그것들을 체험해 본 고객들이 다시 매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이끌 만한 힘이 있다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행사는 정말 뛰어난 기술을 자랑하는 행사라기보다는,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행사라고 보아야 맞겠죠. 그런 면에서는 꽤 성공적인 행사인 것 같습니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 법한 대기업에서 적게는 수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의 참관단을 파견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보니 퀄리티야 어떻던 간에 현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솔직하게 보여 주는 이런 행사도 VR 저변 확대의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행사장 한 켠에 마련된 비즈니스 에어리어는 시종 텅 비어 있어 기대한 것 만큼의 B2B 홍보 효과를 얻었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VR 엑스포 2017은 창업 아이템을 찾고 있는 자영업자들이나 VR 개발자들을 영입하고자 하는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는 참관할 가치가 있는 전시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상 현실 기술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려고 하는 이들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참가 기업들 모두 현재의 노하우와 기술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이번 VR 엑스포를 통해 좋은 파트너 및 투자자를 만나 자신들이 뜻하는 VR 사업을 더 확실하게 펼치게 되길 바랍니다. 

빅섭
빅섭 게임

현직 게임인의 테크 & 게임 블로그